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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피식

by choco 2008. 9. 23.
“한국 물가 그리 비싸지 않다”…생필품 가격 높아 서민들에게 불리

어떻게 보면 쫌 부끄러운(?) 기억이기도 한데.... IMF 터지기 직전, 환율이 그야말로 미친듯이 상승하기 시작하던 그 시점에 당시 유통업계에 있던 내 동갑내기 친구 -친구와 지인 중간 정도의 관계???- 가 나한테 사재기를 권유했었다.  이재에 밝은 이 친구는 IMF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있던 시절에 조만간 생필품 무지하게 오를 거라고 창고를 빌려서 설탕과 세재 등 소위 유통기한의 제약을 덜 받는 물품을 쟁여뒀고 나한테도 생필품 사재기 하라고 친절하게 권유를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투자권유였는데 이재와 거리가 먼 순진한(?) 나는 그저 집에 쓸 거 많이 사두라는 걸로 알아듣고 동생한테 시켜 설탕과 세재를 잔뜩 사놓으라고 시켰고 내 동생은 당시 킴스클럽에서 '설탕하고 비누에 한 맺혔나?'하는 주변 아줌마들과 계산원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면서 한카트 가득 설탕과 세재, 치약, 랩 등을 사다가 집에 날라놨었다.  그리고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고 나한테 한소리 해서 기억이 난다.  근데 확실히 내 동생이 나보다 손이 크긴 하더라.   어느 정도였냐면 베이킹을 열심히 하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997년에 산 그 설탕을 21세기 초반까지 먹었고 당시 산 마지막 랩이 재작년인가에 떨어졌다.  ㅎㅎ;;;   

그리고 바로 그 다음주 온 나라에 사재기 열풍이 불어 마트에 설탕이 없다는 등의 뉴스가 났던 기억이 나는데... 그 중에 내 동생을 웃기게 보던 아줌마들 몇몇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아마 창고에 물건 쌓아뒀던 그 친구는 떼돈까지는 아니었어도 꽤 짭짤한 부수입을 올렸겠지.  돈 좀 만졌다고 초밥을 사줬으니까. 

걔가 결혼하고 나서 어영부영 연락이 끊겼는데 -이성친구는 참 아쉬운게... 피차 아무 사심이 없어도 결혼하면 그 배우자와 내가 직접적인 친분관계가 있거나, 일로 만나는 관계가 아닌 이상 결국은 연락이 끊긴다. -_-;- 만약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있다면 어느 시점에서 나한테 97년에 해줬던 충고를 또 해줄지 궁금하다.  

썩는 거 아니니 설탕이나 랩 정도는 다시 사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요즘엔 폴폴.  7월에 코스트코 갔다 왔으니 다시 갈 때가 되긴 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