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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새로나 떡집

by choco 2019. 7. 1.

이제는 영영 사라질 이름이라 내 블로그에라도 이렇게 소소히 흔적을 남긴다.

오늘 떡 사러 갔더니 주인 아줌마가 15일까지만 하니까 참기름이며 미숫가루 떨어질 것 같으면 미리 사가라는 청천벽력을 떨어뜨리심.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했던 오래된 방앗간.

명절 때면 엄마나 할머니와 함께 불린 쌀이 든 커다란 대야를 들고 가서 엄마는 집에 가고 나는 줄 서서 있었고 고춧가루 빻고 참기름 짤 때면 따라다니던 장소.  다들 많이 먹을 때는 미숫가루도 때 되면 가서 왕창 갈아와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먹었었구나.

내가 어릴 때는 떡국이랑 떡볶이떡 제외하고는 주문 떡이 들어오면 넉넉히 만들어서 남은 건 소매로 팔았던 것 같다. 요즘에야 우리 집 포함해서 많이 안 먹으니 안 그러지만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떡 주문을 종종 했었으니...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방앗간인 동시에 저 새로나 떡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었던 떡들이 종류별로 자리를 잡고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좋았는데.  가격이나 포장은 시장 떡집이지만 맛은 떡카페니 명장 떡집이니 이름 단 곳에 절대 뒤지지 않아서 소소히 선물하기도 많이 했었다.

최근 몇년 2대째 이어오는 아저씨가 허리도 안 좋아지고 하면서 떡맛이 살살 떨어지는 게 느껴지긴 했으나 그건 어릴 때부터 그집 떡을 먹고 자란 입만 느끼는 거고 객관적으로는 가성비 최강이고 안 달고 참 좋았는데.

아저씨 나이가 많지 않아서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는 이 집 떡을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쉽네. 

나의 베스트 2인 콩찰편을 사와서 쳐다보는데 이제 2주만 지나면 이 맛을 영영 못 보는구나 싶으니 맘이...  내가 주문해 맞추거나 누가 맞췄을 때 운 좋게 먹을 수 있었던, 지구 최강인 이 집 쑥굴레떡은 이제 영영 안녕이구나.  ㅠㅠ   마지막으로 반말만 맞춰서 실컷 먹고 주변이랑 나눠서 먹을까...  주문 넣어도 여름이라 해주실지 모르겠군. 

나보다 더 이 집 쑥굴레를 사랑하는 동생이랑 의논을 한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