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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스펙과 입시에 대한 소소한 기억들

by choco 2019. 9. 28.

조국 장관과 그 딸에게 쏟아지는 입시 관련 말도 안 되는 포화를 보면서 그냥 기억 조각 모음.

주변에 국제중부터 시작해서 각종 국제고나 특목고나 하다 못해 자사고라도 보낸 지인들이 많다보니 애 대여섯은 키운 것 같은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쳐온 시간들이 꽤 길다.  이게 가능한 건 아이러니하지만 내게 아이가 없기 때문에.  내게는 어떤 정보를 제공해도 그 엄마의 아이들에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애가 있는 엄마들보다 많은... 수준이 아니라 정말 애타게 얻고 싶은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꽤 많다. 

이 정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민감하냐의 예는, 초딩 고학년 때 해외 어학연수 -> 국제중 준비 (최종면접에서 미역국으로 일반중. ^^;;;) -> 국제고 -> 모 명문대학 코스를 마무리한 지인 아이가 중학생 때의 일화. 대화 중에 새로 전학 온 학생 엄마가 자신에게 "00이 학원 어디 다녀요?" 라고 물었다고 완전 불을 뿜으며 예의도 없고 어쩌고... 욕을욕을.  학원이나 과외선생과 같은 민감한 정보는 서로 주고 받을 게 충분하다는 확신이 섰을 때 오가는 것이지, 신입이 그걸 묻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그때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  참고로 난 주변엔 1급비밀인 그 지인의 아이가 어느 영어학원과 어느 수학학원을 다니는지 알고 있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그 영어학원 입시(?)를 위한 준비과정과 노하우도 다 들어 빠삭했음.  ㅎㅎ; 

최근 몇년 전부터는 교외 수상이나 실적은 반영 안 되게 해서 그나마 나아졌는데(????) 이명박 때는 진짜 교외 스펙 쌓느라 완전 난리도 아니었다. 온갖 상과 증명서, 표창장을 찾아서 엄마들은 애를 끌고 하이에나처럼 헤매고 다녔고 여기저기 다 휩쓰는 애는 혼자 다 먹는다고 뒤에서 엄청난 뒷담화의 대상이 됐고. 그 수요를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온갖 단체와 대학에서는 상과 증명서를 남발.  외부 수상실적 인정되던 당시 수시로 서울, 경기권 대학 붙은 애들 중에 그런 류의 상이나 표창장 안 받은 애가 있으면 거짓말이라고 단언 하겠다.  요즘은 하도 문제가 되서 대놓고 부모가 대리봉사는 못 하지만 이명박 때 봉사활동 자기가 직접 한 애가 반이나 될까?  시간은 당연히 뻥튀기였고. 

교사 추천서나 자소서의 경우, 내가 글밥 먹는 직업이다보니 봐달라고 해서 꽤 구경했고... 첨삭 정도도 해줬다. 근데 그 교사 추천서도 바쁜 선생님 대신 몇 번 써줬었다. 매년 바뀌는 입시다보니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내가 추천서 초안 잡아줬던 학교에는 교사 2명의 추천서가 필요했다. 추천서 필요한 애가 한두명이 아니다보니 그러겠지만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 초안을 정리해오면 그걸 기초로 선생님이 써준다고 하셨음. 그 학교에 맞을 것 같은 스펙을 중요도 순으로 순서대로 정리해주고 밥을 얻어 먹었던가? ^^;

지금이야 국제중이 뺑뺑이로 바뀌어서 그나마 덜해졌지만 국제중->특목고로 이어지는 루트를 밟기 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스펙 관리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국제중 다니는 지인 아이들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건 애들이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니 다른 외국어 하나는 중급 이상은 만들어서 졸업하는 것.  얘네들에겐 3개국어는 그냥 기본이 되는 거다.

그나마 완화시키고 억제를 하고 해서 요즘 좀 덜 해진 거지 한창 때 일반고와 외고, 특목고 애들의 무시무시한 학력 차이는....  국제고에서 성적 개판이라던 지인의 아이는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중에 밥 벌어먹기 힘든 전공과의 서울대 추천입학과 취직 잘 되는 전공과의 성균관대를 놓고 고민했고, 국제중에서 영어 3~5등급을 오가던(만점이 1등급 숫자보다 많다고 함. 할 수 없이 생일순으로 등급 컷) 또다른 지인의 아이는 자사고 유학반을 거쳐 현재 아이비리그 대학에 장학생으로 다닌다.  또 다른 아이는 유럽에 좋은 대학 붙었는데 가까운 곳에 두고 싶은 부모의 강권으로 아시아 넘버 3안에 빠지지 않는 대학에 갔다. 국제중 다닐 때 잘 난 애들에게 너무 치여서 내신 관리하겠다고 일반고 보낸 애는 학교의 집중 관리를 받으며 좀 떨어지는 S대 의대 갔고. 머리에 떠오르는 다른 한명도 외국의 의대로구나.

떠올려보면... 엄마가 애랑 싸우느라 힘들어 죽겠네, 돈 많이 들어 죽겠네 어쩌네 해도 이렇게 관리를 세게 한 애들은 미래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들 번듯한 대학에 안착을 했다. 

지금 현실에 가장 열 내고 변화를 위해 촛불을 들어야할 사람들은 이런 레일에 아예 탑승조차 못 하는 청년과 그 부모들인데 정작 특혜라고, 불평등하다고 가장 난리치는 건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저 루트를 따라갔던 애들.  좀 비약과 비하를 하자면 저 라인의 뒤쪽에 위치하지 않을까 하는 억측까지 드는..... 

개천용은 진짜 존경하고 개천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포기할 각오는 되어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서 확 오른 세금 고지서 보면서 투덜거리고 있는 이 부조리함과 표리부동함은....  ㅎㅎㅎㅎㅎ...

마지막까지 최대한 버텼으니 이제 월요일에는 세금 내야겠구나.  ㅠㅠㅠㅠㅠㅠ  신한체크카드로 내면 0.17% 현금 캐시백 해준다니 그거라도 챙겨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