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노령기 예비 체험 &...

choco 2025. 7. 5. 11:09

약을 쌓아놓고 한웅큼씩 먹는 노령기 예비 체험 중인 한 주간. 

이 과정을 겪으면서 노년기에는 각 전문의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통찰하며 투약을 조절해주는 노령의학 전문가가 필수인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운수 사나움이 겹친 한주간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것도 노화의 일종이긴 할 텐데, (알레르기성으로 추정되는) 내 만성 비염과 기관지염은 여름엔 잠잠해지는데 올해는 더워져도 변함없고 오히려 더 심해짐. 견뎌보다가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결국 월요일에 이비인후과 방문.  객담배출 곤란 증상을 개선해주는 약을 먹으면 장염 증세가 있어서 그걸 말씀드리고 다른 약으로 처방을 받았지만 역시나 복용하니 장염 증상 가볍게 시작.  그래도 기침과 가래 등은 극적으로 호전되기 시작해서 일단 그걸 잡자 생각하고 약 계속 먹음.

화요일에 세입자 보증금 돌려주려는데 하필 이날 otp 기계가 수명을 다함. 그나마 은행 열려 있는 시간인 것에 감사하며 바로 달려나가 멀리 있는 은행으로 버스 타고 달려갔다 옴.  그 은행으로 돈을 몰아서 보냈으면 됐을 텐데, 다른 은행으로 잔고를 달달 긁어모아 액수 맞춰 보증금 보내려니 이체 한도 초과라고 나옴. 😱  은행에 전화했더니 시크리트 카드로는 1천만원만 이체 가능하다고 함. (다른 은행은 1천만원씩 5천 가능)  은행으로 달려가서 멍청비용 3천원 내고 창구 이체하고 옴.  

아침부터 계속 이상한 일 터지니 스트래스 + 평소라면 양산 쓰고 움직였겠지만 마음이 너무 급하니까 모자만 쓰고 움직였던 게 문제였는지 어지럽고 오한 나는 등의 더위 먹은 증상에 장염 증상 더 심해지면서 화, 수요일 자리 보전.  수요일 저녁에는 간신히 기운을 긁어모아서 아는 분 영화 시사회 갔더니 날짜 착각.  목요일이었다.  😨

장염 증상과 더위 먹은 증상이 좀 나아지니 또 가래 생기고 기침 나고 해서 밤에 다시 기관지약을 먹었는데 이게 결정적인 실수였던듯.  그때부터 장염 증상 폭발. 목요일 내내 화장실 들락거리다가 저녁 시사회는 가야해서 결국 병원에서 지사제 주사까지 맞고 약 먹고 간신히 시사회로.  (쓰고 보니 나, 정말 의리의 한국인인듯... 했다가 다시 생각하니 병원 가서 주사 맞고 가는 게 아파서 못 간다고 양해 구하는 연락하는 것보다 덜 귀찮았던 것 같다.)

팔에 지혈반창고 붙인 거 보고 누가 묻길래 잠깐 병원 들러서 주사 맞고 왔다고 했는데 그 얘기가 돌고 돌아서 내가 시사회를 위해 링거 투혼을 발휘한 걸로 오보가 뜸.  호스트가 링거까지 맞고 왔냐고 감사 백배의 전화가 왔는데 오잉??? 하다가 둘이 한참 웃었음.  사람 입을 세 번 거치면 없던 호랑이도 생긴다던 옛말이 떠오르는 아침이었음. 

금요일에는 또 점심 약속 있어서 맛있게 먹었음.  본래 에그 베네딕트 먹을 예정이었으나 훈제라도 날 것은 좀 위험하지 싶어서 난 샥수카로 전환. 훌륭한 선택이었음.  다른 분들의 선택도 다 성공~  맛있게 먹고 수다도 떨고 하면서 체력은 슬슬 바닥으로 달려가지만 마지막 시련(?)이 남아 있었다.

예약하기 엄청 힘든 한양 도성 낙산 구간 투어에 취소표를 잡아뒀는데 그걸 잡을 때만 해도 이번 주에 내가 이렇게 파란만장할 줄은 몰랐었지...  병원에서 받아온 약들과 고용량 비타민, 비싼(동생이 약사님에게 눈탱이 맞은) 마시는 수액까지 몸에 쏟아넣어 도핑을 한 다음 투어.  마지막에는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래도 도핑까지 하고 간 보람은 있었다.  

돌아와서 씻고 그대로 기절.  기침과 가래는 월요일에 다시 이비인후과 가서 선생님과 의논을 좀 해보고 주말엔 남은 장염 증상을 잡는데 주력하기로 함. 

염산 페치딘 계열 진통제와 함께 아세틸시스테인도 내가 절대 피해야하는 약물 리스트에 올려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