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픽션

셰익스피어 - 오류 희극 The Comedy of Errors The

choco 2025. 7. 28. 11:15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셰익스피어 전집 벽돌깨기 시작함. 

서문과 해설은 국한문 혼용체에 1990년대의 고유명사 외국어 표기법을 파악하게 해주는 이름과 지명이 등장하는, 오래 전에 헌책방에서 사둔 1995년 전집 1권을 지난 주에 펼쳤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집필, 혹은 발표 순서대로 편집된 책이라 존재하는지 도 몰랐던 '오류 희극'이라는 희곡을 첫 작품으로 읽었다. 

등장인물들, 특히 여성에 관한 대사와 묘사는 21세기의 시각에서 볼 때 돌팔매로 돌무덤이 생길 정도로 구식에 설정은 그 시대엔 분명 파격적일 수 있었겠으나 수백 년간 클리쉐로 반복된 터라 고색창연한 구태의연함으로 가득한데 정말 묘하게 재밌다.  

시작은 적국 에페서스에 왔다가 몸값을 내지 못 해 죽게 된 상인이 자신의 사연을 영주인 공작에게 하소연하면서 시작함.

수십 년 전 항해 때 난파되면서 쌍둥이 아들 중 한 명은 아내와 헤어지고 자신은 다른 한 명의 쌍둥이만 데리고 살아남는다. 하녀가 낳은 쌍둥이 아들도 각각 한명씩 부부가 나눠 데리고 생사불명인 상태. 우연찮게(?) 이 도시엔 그 쌍둥이 아들 한 명이 높은 신분으로 결혼해서 살고 있고, 다른 아들은 상인으로 (아버지가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 도시를 방문하고 있다.  주인의 아들들과 함께 나눠져 헤어진 하녀의 아들도 각기 아들의 하인이 되어 있다. 

이름은 둘 다 앤티폴러스. 살고 있는 도시의 지명을 따서 에페서스의 앤티폴러스, 시러큐스의 앤티폴러스라고 함.  하인들의 이름은 드리미오.  이 두 쌍의 쌍둥이들을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에페서스의 앤티폴러스로 착각하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이제 모두가 예상하듯이 결국 두 사람이 쌍둥이인 것이 밝혀지고, 남편과 자식들을 잃고 에페서스의 수도원에 살고 있던 어머니도 만나고, 사형장으로 끌려가던 아버지도 구하고 모두 해피엔딩~  셰익스피어가 결말에 굳이 포함시키진 않았지만 에페서스 앤티플러스의 아내 애드리너의 동생 루시아너와 시라큐스의 앤티폴러스가 아마도 혼인하겠구나 라는 상상의 여지도 남긴다. 

희한하게, 결말이 어떻게 날 지는 훤~히 예측이 되는데도 그 빤~함 안에서 흥미진진하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게 셰익스피어의 매력인듯.  16세기 관객들은 조마조마해 하면서 시시때때로 배를 잡고 웃으면서 이 연극을 봤었을 것 같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해서 개판 쳐놓기 전에 봇 형식으로 돌아가던 계정 중에 참 유익하고 재밌는 게 많았었다. 그중에 셰익스피어 봇은 셰익스피어 연극의 유명한 대사 일부를 계속 돌아가면서 올려줬었는데 그립네.  

이 오류 희극은 지난 주에 읽었고 지금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읽고 있는 중.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온 영화로 봤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건 더 쑥쑥 나가고 있다. 또 튀는 의식의 흐름이긴 한데... 엘리자베스 테일러 정말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