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의 두 신사(The Two Gentlemen of Vreona)
셰익스피어에게 이런 작품이 있었나??? 했었던 제목인데 읽고 나니 몰랐던 게 당연한, 등장인물들에게 매력은 1도 찾아낼 수 없던 작품. 제목은 베로나의 두 신사인데 베로나의 두 등신이라고 명명해야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기록할 기력도 없지만 읽었다는 기억을 남기기 위해 아주 간단히 적자면, 베로나에 살고 있는 밸런타인과 프로티어스라는 두 청년은 친구다. 밸런타인은 견문을 넓히고 경험을 쌓기 위해 밀런 공작의 영지로 유학인지 취직을 하러 가고, 프로티어스는 홀딱 반한 주얼러라는 아가씨에게 구애하기 위해 남는다. 결국 주얼러는 프로티어스의 애정 공세에 넘어가고 그 직후 프로티어스는 아버지에 의해 반강제로 밀런으로 보내진다. 밀런에서 밸런타인은 공작의 딸 실비아와 사랑에 빠져서 도피할 준비를 하는 시점에 프로티어스가 오고, 프로티어스는 실비아에게 홀라당 반해 둘의 탈출 계획을 공작에게 밀고한다. 밸런타인이 추방된 후 철면피 프로티어스는 실비아에게 구혼하는 와중에 소식없는 연인을 찾아 주얼러가 밀란으로 찾아오고...
이 우당탕탕의 끝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이 늘 그렇듯이 두 쌍의 연인이 결합하는 걸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프로티어스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밸런타인이나 주얼러의 심리나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랑보다 최악의 배신을 한 우정을 선택하려고 한 밸런타인을 아무 거리낌없이 받아주는 실비아 역시 납득 불가능.
다른 작품들은 시대상을 감안해서 넘어갈 수 있겠으나 이 작품만큼은 주인공들의 심리며 논리, 갈등 해결에 0도 공감 불가능. 16세기의 데우스 엑스 메키나를 봤다고 생각해야겠다.
셰익스피어도 이렇게 구린 걸 쓸 수 있구나. 너무 충격이 커서 다음 작품 사랑의 헛수고를 펼치는데 며칠 걸렸다. 이건 재밌을 것 같은 향기가 풍겨서 기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