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큰외삼촌

choco 2025. 11. 15. 08:22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어제 밤에 받았다. 

오랫동안... 당신 스스로 가족과 단절, 혹은 의절하신 터라 삼촌의 외동딸 ㅇ의 결혼식 이후로는 딱 한 번 뵈었던가?  아주 가끔 ㅇ이 떠오를 때면 잘 계시겠지 생각만 하고 소식도 전혀 모르고 살았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연락이 되지 않아 오시지 않았으니 어쩌면 남보다 더 소원한 관계였다고 하겠다.  외할머니의 남다른 아들 사랑, 그 중에서도 장남이라는 이유로 무한 사랑을 받으셨었는데... (늘 생각하지만 우리 외할머니는 아들에게 하는 투자의 반만 딸에게 하셨으면 엄청 호강하셨을 거다.) 

막내삼촌이 그나마 부고를 받으셨는지 사촌동생에게 알릴까 말까 하다가 연락했다고 하시고, 그 연락을 받은 사촌동생도 어쩔까 말까 하다가 내게 연락. 사촌동생은 간다니 거기에 조위금만 보내고 갈까 말까하는 망설임이 있었으나... 갈까 말까 하면 가는 걸로. 남의 장례식 조문도 가는데 아무리 소원하고 수십년 얼굴도 안 봤어도 외삼촌 장례에 안 가면 두고두고 찜찜할듯.  

오늘 느긋하게 수다를 떨, 모처럼의 점심 약속이 있는데... 백만년만에 동네를 벗어나 좀 샤랄라 해볼까 하던 계획은 계획으로 끝나고 장례식 조문 착장으로 가야겠다. 젊을 때 원없이 샤랄라를 해놔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 필라테스도 취소해야 하는구나. 독감 접종 + 게으름 + 오늘 필라테스를 핑계로 어제 요가도 쉬었는데 이번 주 운동은 완전 꽝이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큰외삼촌이 참 멀어진 분이셨구나 싶어 씁쓸하다. 

내가 기억하는 한도에서는 평탄하지 않은 삶이셨는데 내가 모르는 시간은 평화롭고 행복하셨기를.  고통받지 않고 돌아가셨기를. 그리고 편안하게 영면하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