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2025.12.14)
11월부터 주변에서 숨 막히게 잘 만들었다고 꼭 보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어온 영화. 11월 말인가 12월 초에 보려고 했더니 극장에서 다 내려간 분위기라 포기했는데 다시 부활해서 적당히 올라오길래 일요일 오전, 오랜만에 극장에 보러 갔다. 3시간 꽉 채우는 영화를 일반 상영관에서 보기엔 이제 늙어서 리클라이너 있는 상영관 + 가격 + 시간 등등 찾다보니 강남 메가박스로~ (인간적으로 cgv 너무 심함. 25000원이라니!!!)
각설하고, 나도 주변에 꼭 보라고 권유하고픈 영화. 3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숨가쁘게 쫓아가게 된다. 중간중간 보여지는 가부키 공연도 덤이고. 배우들의 연기나 캐릭터도 딱 맞춤이다 싶었음. 특히 가부키 흥행회사 사장인 안경 아저씨... 정말 만화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일본 사업가 그 자체였다. 😏
몇 대 어쩌고 하면서 내려가는 전통에 대한 그 집착이 일본 문화를 지켜오긴 했겠지만 그 핏줄에 속하지 않는 재능있는 외부자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그 안에서 생존하든지 무너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부분에선 우리도 그닥 할 말 없는 것이, 지금은 연락이 끊긴 지인 한 명이 전통춤 무형문화재 이수자인가 전수자였다. 스승의 맥을 이어 문화재가 될 거라고 모두들 기대했었고 스승의 사랑도 듬뿍 받았는데 어느날 그 스승님의 손녀가 그 춤에 입문하면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 최대한 중립적으로 얘기하자면, 아마 그 손녀는 제법 싹수가 있었을 거고 그 무형문화재 스승은 손녀를 자신의 후계자로 세우고픈 욕망을 제어할 수 없었을 거다. 결국 오랫동안 사랑받던 이 친구는 갑자기 치워야할 걸림돌이 되고 결국 그녀는 그 세계를 떠남. 영화라면 처절하게 무너지거나 했겠지만 학계로 가서 박사 학위를 준비했었는데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 궁금하네.
여하튼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스포가 될 내용은 다 제거하고 나니 그냥 정말 숨 막히게 멋졌다. 꼭 봐야한다. 정도로 정리.
연도와 나이에 집착하는 병이 있는 인간이라 계속 지금 몇 년 지났지, 지금 쟤네가 몇 살이냐 계산하느라 바빴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다. 책도 읽을 예정. 책은 영화보다 더 쓸쓸하고 여운이 넘치는 결말이라는데 기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