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한달.
2017년 10월에 119 첫 경험.
2026년 2월에 또 119를 불러서 부친을 응급실로 모시면서 삶부터 사회 시스템까지 많은 생각을 했던 한 달여였다.
더불어 이 두 번의 119 탑승이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에도 감사함. 윤석열 때였다면 응급실 뺑뺑이를 경험했을 확률이 무~지하게 높았는데 다행히 윤석열이 없어서 응급실에 제대로 들어가신 것도.
2017년에도 2026년에도 부친은 말 그대로 관에 한 번 누우셨다가 뚜껑 덮기 직전에 일어나 나오셨고 그때도 이번에도 의사쌤에게 오히려 장하다,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셨음.
이번에 알게 된 것.
1. 사전에 연명치료거부를 해놔도 의료진은 보호자에게 그걸 그대로 따를 건지 확인을 다시 한다. 그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대답을 하는 게... 의외로 참 힘들다.
2. 노인들의 폐렴은 증상도 없이 그냥 확 넘어가 버린다. 응급실 실려가는 전날 저녁까지 정말 아~~~~~~무~~~~~~런 증상 없으셨음. 내가 넘 황당해 하니까 설명해주길, 젊고 건강한 사람은 폐렴까지 갈 때 열이나 기침도 나고 증상이 보이는데 노인은 면역이 약해서 바로 폐렴-> 패혈증으로 가버린다고 함.
3. 국가에서 기본 접종해주는 폐렴 예방주사는 맞고 끝~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추가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함. 부친은 예방접종 해서 안심했는데 그게 아니었음. 아직은 안 되고 컨디션이 완전 회복되면 요즘 나온 최신형 백신을 맞는 걸로. 주변에 폐렴 접종 적극 홍보 중. 나도 맞을 예정.
4. 재활의 사각 지대에 대한 국가적 고민이 필요함. 젊은 사람도 여러날 누워있다 일어나면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노인이 열흘 이상 누워있으면 걸음부터 모든 게 처음부터 시작이다. 우리나라 재활은 정형외과적 수술이나 뇌질환, 파킨슨씨 병 등 중증 질병 후 재활에 집중되어 있어서 입원 등으로 인한 근력감소 같은 경우 재활을 할 방법이 거의 없다. 여기저기 전화해보고 상담하고 하다가 집에 와서 해주는 가정재활을 선택해서 큰 도움을 받았지만 이건 비용부담이 꽤 됨. 돈 쓴 보람은 확실히 느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국가적으로 고민을 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5. 한국 건강보험 만세~ 만세~ 만만세~ 응급실 -> 중환자실 열흘 -> 1인실 이틀 있었는데 병원비는 총 450만원 정도 나왔음. 미국이었으면 병원비는 아마 ㄷㄷㄷㄷㄷㄷㄷ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호기롭게 1인실 들어간 건 부친이 1인실 이용하는 보험을 들어놨기 때문에. 이제 서류 준비해서 그거 청구해 받아야 함.
6. 한시적으로 쓰는 휠체어, 보조기 등 재활 기구는 병원 앞에 있는 의료기상에서 대여하는 게 제일 저렴하고 편하다. 각각 한달에 3만원 주고 빌렸고 어제 반납했음. 필요한 거는 다 있다고 보면 됨.
부친은 좀 살아나고 계시고 긴장이 풀린 나는 지난 주부터 독한 목감기에 장염까지 겹쳐서 골골거리다 오늘 겨우 좀 살아남. 목감기 유행인지 이비인후과 갔더니 내 앞으로 콜록거리는 환자들이 줄줄이 들어감. 예전엔 감기로 병원을 왜 가냐 했는데 이젠 돈 쓰고 약 안 쓰면 물러가지를 않는구나. ㅠㅠ 대상포진 예방주사 제일 좋다는 거 맞아도 대상포진이 오는 비루한 몸뚱이... 감기 나으면 폐렴 예방주사 꼭 맞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