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내 이름은. (2026.4.2)
제주 4.3 사건... 이라고 불리고 있는 실은 제주 4.3 참사 혹은 학살이라고 불려야 할 한국현대사의 비극.
오랫동안 쉬쉬하면서 금기시되다가 하나씩 그 비극의 기억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여러 장르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는데 가장 유명한 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이고 이건 묵직하게 현대사를 그려내는 정지영 감독의 신작.
친한 pd가 이 영화 텀블벅에 참여해서 시사회 초대권을 받았다. 덩달아 작가 3명이 묻어서 감.
너무 감정선을 자극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극단까지 몰아가지 않아서 좋았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우리 넷 다 4.3 을 다룬 프로그램을 했거나 현재 준비 중이거나인 사람들이라 기본 정보와 이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평이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4.3에 대한 정보가 없는 관객은 다를 것 같긴 하다. 베를린에서 시사회를 했을 때 반응이 엄청 좋았다던데 아마 몰랐던 것에 대한 충격이지 싶다.
예고편이며 제목을 보면서 이름의 사연을 대충 짐작했는데 그것보다 조금 더 깊은 비밀이 있었다. 잘 만든 장치였다고 생각함.
염혜란은 물론이고 아들이나 아들 친구, 학교의 그 양아치 듀오도 연기 참 잘 함.
염혜란의 기억 속 인물의 정체는 더 늦게 드러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큼. 현대의 영옥이 그 시점에 굳이 그렇게 명확하게 얘기해줄 필요가 있었나? 얼마든지 애매한 대사로 끌고 나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너무 빨리 터져서 살짝 김이 빠졌다. 마지막 반전은 마지막에 잘 터지긴 했음.
인간이란 존재의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복잡함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되는 인물들이 등장해서 괜시리 마음이 복잡. 이쪽 측면에선 사람백정이고 다시 없는 악인인데 또 다른 각도에선 은인이자 아버지. 환자에겐 능력있고 열정적인 의사지만 다른 자리에선 자기 가족의 이득을 위해 물불 안 가리며 권력으로 불법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 인간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됨.
엔딩도 사족이 많았다는 느낌. 조금 더 간결했으면 어땠을까 넷 다 입을 모았음.
이 영화의 완성은 스크롤이라는, 베를린의 관객 중 누군가가 했다는, 말은 정답이다.
시사회 때 온 사람들이 다 후원자들이라 영화 끝나고 다들 앉아서 스크롤 끝까지 다 보고 일어났다. ^^
압도적인 영상미는 없지만(제주도인데 이건 쫌 아쉬움) 그래도 tv보단 극장에서 집중하고 보면 좋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