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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안철수

by choco 2012. 4. 13.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내 입에서도 새누리당 공천이 차라리 더 낫다란 소리가 나오게 했으니 말 다 했지.) 민주당의 헛발질로 안철수 교수가 야권의 유일한 대안을 넘어 이제는 메시아 소리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왜 나올 듯 나올 듯 안 나오느냐 뒷말도 많고 너무 쟤는 데 아니냐 소리도 나오던데, 어제 ㅅ님과 통화하다가 얘기한, 문득 떠오른 옛 기억이 하나 있어서 끄적끄적.

 

예전에 내가 했던 프로그램에서 안철수 교수가 안철수 바이러스 연구소 CEO이던 시절에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를 만든 적이 있다.  우리 팀에서 만든 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움- 촬영 소스니 만남의 뒷 얘기는 서로 다 공유하기 때문에 방송되지 않은 에피소드들은 꽤 많이 알고 있다. 

 

이 내용이 방송이 됐는지 안 됐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안철수라는 인물의 본질이랄까 성격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에피소드는 이거지 싶어서 기억나는대로 옮겨본다.

 

그가 학생 때 바둑에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고 한다.  보통 바둑이 두고 싶어지면 99.9%의 사람은 집이나 주변에 있는 바둑판을 꺼내 바둑알을 얹어보면서 놀거나, 좀 둔다는 사람에게 가르쳐달라고 하거나, 좀 있는 집 자식은 바둑학원에 보내 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는 바둑에 흥미가 생기고 두고 싶어지자 주변에 있는 바둑책이란 책은 다 독파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바둑돌을 처음 잡았을 때 실력은 이미 ?급 수준이었다고 함. 

 

내가 보기에 안철수라는 사람은 흥미를 갖게 된 분야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완벽하게 준비와 조사를 하고 이걸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기면 첫 돌을 내려놓는 사람이다.  일단 맨땅에 헤딩해 구르면서 배워보겠다는 건 그의 사전에는 없는 방식.  안철수 교수의 방법이 100% 옳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그렇게 살아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다.

 

정치판에 들어올 생각은 있으나 아직 제대로 잘 할 수 있을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  그러나 공부는 분명히 하고 있을 거다.  그동안은 원서 접수의 데드라인이 나름 있었는데 이제는 접수 마감이 가까워오니 자신의 공부 상태를 점검하고 있겠지.  그가 들어오면 -결과는 모르겠으나- 그 스스로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는 거고 안 들어오면 가장 큰 이유는 그 '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일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