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카페나 전원주택 카페를 보면 배관 얼어서 빨래 못 한다 물 안 나온다 난리던데 우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아주아주 오래된 아파트의 위력이랄까. 자재 빼먹고 부실 공사할 깜냥도 안 되던... 이게 맞나 덜덜 떨면서 외국에서 가져온 매뉴얼대로 시공한 진짜 극초기 아파트. 덕분에 층간 소음도 거의 없음) 진짜 춥구나를 느끼는 게...
1. 북향인 내 방 창문이 습기가 얼어서 안 열린다. 남향인 방들은 햇볕에 녹고 마르고 해서 환기 가능인데 내 방은 며칠 째 환기를 못 시키고 있음. 드라이기로 녹이고 말리고 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굳이? 싶어서 그냥 거실 환기에 묻어서 괜찮으려니~ 하고 있다.
2. 뭔가에 대한 사은품으로 물비누 리필이 잔뜩 왔는데 얼어서 샤베트. 설레임 아이스크림이 딱 떠오르는 촉감일세~
3. 김치도 왔는데 스티로품 통에 냉매도 없이 왔구만 한 겨울에 마당에 둔 독에서 갓 꺼낸 살얼음 낀 바로 그 김치. 왠지 고구마 구워서 먹어야할 것 같았다. 이렇게 살짝 얼었다 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작년 겨울에 따뜻한 바람에 여름에 해충이 극성이었는데 올 여름에 해충 피해는 좀 적겠다 싶으면서도.... 노숙인이며 밖에서 대충 묶어놓고 키우는 개나 길고양이들 어쩌나 하는 걱정이...
그렇잖아도 눈팅하는 전원주택 카페에서도 마당 개를 겨울에 어떻게 해줘야하냐를 놓고 한판 거~하게 붙었던데, 개는 추위 안 탄다는 그 사람들 이 겨울에 옷 잘 챙겨입고 바닥에 짚 두둑하게 깔고 바람만 막아주는 천막에서 한번 자보라고 하고픈. 진짜 죽지 못해 사는 거고 어찌어찌 견디는 거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내가 전원 생활을 포기한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주변에 저런 사람들과 그들이 키우는 동물들 보면서 마음이 심란할까봐였다. 올 겨울 그 논란을 보면서 그냥 외면이라도 할 수 있는 서울에서 계속 사는 걸로 다시금 맘 굳혔다.
무화과 파운드, 레몬드리즐 케이크, 마들렌 2가지, 플레인과 피칸크랜베리 스콘 2가지. 치즈케이크는 동생의 작품. 둘다 몇달 전부터 제대로 된 찐득한 치즈 케이크가 땡겼으나 귀찮아서 안 하고 서로 눈치만 봤는데 결국 동생이 했다. ㅎㅎ 둘 다 진짜 오랜만에 불태웠구나.
세팅도 간만에 제대로~ 코펜 풀레이스들이 출격했다. 내 기준, 천 탁자보와 천 냅킨이 나오면 진짜 최고의 예우~ ^^ 사진엔 없으나 연어 샌드위치도 했음. 본래 계획은 영국 언니들처럼 스파클링 와인도 한잔 걸치며 긴~ 수다를 즐길 거였으나 난 마감, 한명은 과외, 한명은 치과 진료가 잡히는 바람에 가볍에 차 한잔 마시고 해산.
만사가 다 귀찮은 요즘이고... 이때는 대상포진 끝물이라 기운도 없고... 진짜 집에 있는 크리스마스용 식탁보나 하나 못해 컵받침도 안 꺼내고 접시 하나로 퉁친. 그나마 샐러드는 요즘 유행인 성탄 리스 모양 샐러드~
뭐든 집중을 해야 맛있다고, 대충대충 했더니 스테이크는 너무 구워져서 미디움 웰던. 다들 맛만 보고 말아서 다음날 김치볶음밥이 되었다. 그나마 랍스터 마늘버터구이랑 샐러드, 새우 대신 굴을 넣어 감바스 알 아히요가 아니라 굴 아히요가 된 저 요리는 성공. 손 떨면서 비싼 수도원 올리브유를 콸콸 넣어서 그런지 맛있었다. 남은 올리브유는 다다음날 마늘을 대거 추가해서 알리오 올리요 파스타로 싹싹 긁어서 다 먹었음.
와인도 집에 있는 것중에 제일 비싼 30만원대를 6만원인가로 산 프랑스 와인, 역시 비슷한 가격대의 이태리 와인을 뜯었는데 희한하게 둘이 너무나 맛이 비슷했음. 나라도 다르고 포도 다른데 이런 일은 처음. 그러고보니 와인병 사진은 안 찍어놨구나. 너무 비싸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맛있었다~
2020년 마지막날 저녁은 크리스마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신 바짝 차리고 타이머 켜놓고 정확하게 구운 스테이크 샐러드. 연말이라 특별히 식용 꽃을 사서 올려봤다. 예쁘긴 한데 맛은 없음. 그러나 남은 꽃 활용을 위해 다음 주에는 세비체를 할 예정.
그외에 동생이 산 ??? 유명한 레스토랑의 피자, 코파와 트러플 치즈, 연어 등등은 냉장고에 있던 아이들 탈탈~ 저 뉴질랜드산 크림 크래커랑 다 잘 어울렸다. 멜론은 세일 쿠폰으로 엄청 싸게 샀는데 좀 싱거움. 이상? 농부의 멜론에 우리가 입을 버린 모양. 그 아저씨 멜론은 내년에도 열심히 먹어줘야지~
역시 정신을 차려 만드니 실패 없는 저녁. 다만... 치과 치료중인 부친은 맛있는 수도원 와인을 못 드셔서 드시는 음식 양도 원치 않는 소식. 술맛을 아는 성인들은 술 없이 식사가 아무래도 맛이 떨어지는듯. ^^; 반도 못 먹고 남은 스테이크 샐러드는 다음날 저녁에 탈탈 털어서 먹었다. 나중에 세팅하느라 사진엔 빠졌는데 연어랑 먹고 남은 사워크림 역시 다음날 동생이 연어 크림 파스타 해줘서 탈탈 털었음. 1L 짜리 사워크림 사서 하나도 안 버리고 다 먹은 거 참 오랜만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