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를 위한 줄다리기와 안철수의 극적인 사퇴까지 안철수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 끄적끄적.
일단 여기에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대다수 박근혜 빠에 결코 뒤지지 않는 + 문재인 욕먹이는 극단적인 일부 노빠와 같은, 스펙트럼의 끝에 가있는 일부 안빠와 역시 소수로 보이는 순수한 새정치 기대자들은 제외하고 끄적이겠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노빠, 문빠 내지 여하튼 문재인 지지자들은 90% 이상, 안철수 옆에 있는 친이들이 보기 싫어서 홧병이 날 지경이더라도 일단 안철수로 단일화 되면 거기라도 찍어야 한다는데 별반 이의가 없었다. 다들 욕을 하면서도 '그래도 안철수가 되면 찍어야지 어쩌겠냐... ㅜ.ㅜ' 이런 분위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본선 경쟁력이 안철수가 더 높을 거라는 전망이 틀리지는 않았을 거다. 안빠를 포함한 지지자들은 당연히 찍을 거고 문재인 지지자들의 이탈은 거의 없을 거라고 봐야 하니까. 그래서 안빠를 제외한, 중립을 표방한 지식인들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물론 위에 제외한 일부 안빠는 민주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거라고 주장을 하더라만...) 룰을 고집했던 거고.
여하튼 막판에 극적인 양보와 함께 퇴장함으로 그동안 날려 먹었던 이미지는 일거에 회복을 하고 다음 기회를 확실히 보장을 해놓긴 했다. 여기서 안철수 본인과 소위 그의 책사들의 고민은 여기서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도와서 대통령을 만들어 다음을 도모하느냐, 내버려둔 다음 다시 한번 극적인 메시아로 등장하느냐일 텐데.. 문재인이 되는 게 나을지 아닐지에 대한 계산이 지금 치열할듯.
만약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언론과 정보기관, 검찰을 총 동원해서 시나리오를 짠 다음 철저하게 안철수 죽이기에 나서거나 아니면 반대로 적극적으로 안철수를 영입해 다음 후보로 옹립 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도 본다. 만약 후자일 경우 메시아 안철수를 중심으로 민주당 타도와 새정치를 외치던 극렬 안빠들의 멘붕이 궁금하긴 한데... 너무 비극적인 상상이라 하고 싶지 않음. -_-;
각설하고, 중도를 표방하는 일반적인 안철수 지지자들의 정체랄까... 그들의 본질이 사퇴 이후에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것 같다. 이들의 상당수는 지난 총선은 물론이고 그 이전에도 꾸준히 신한국->한나라->새누리를 찍어왔을 거다. 지난 대선 때는 '당연히' 라고 하면서 이명박을 찍었을 테고. 그들이 안철수에게 원한 건 새로운 정치가 아니라 추한 날얼굴이 드러나 보수로서 최소한의 가치조차 사라진, 폐기 처분 직전인 새누리를 대신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그럴듯한 보수당의 재건인 것 같다. 안철수에게 바란 역할은... 지난 대선 때 고건 총리에게 내가 기대했던 그 정도이지 싶다.
그들이(그래, 인정하자. 나도 포함해서) 안락하게 살아갈 이 숙주를 적당히 말라죽지 않게 하면서 갈등이 폭발하지 않도록 적절히 압력을 조절해줄 조정자.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뒤통수를 맞고 삥을 뜯기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갈 차비는 남겨주고 내가 뜯긴 건가 아닌가 긴가민가 하게 해주는, 다들 그럭저럭 폭발은 않고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이만하면 살만하지~' 하도록 만드는 그런 영리한 보수 정권을 원했던 것 같다.
기권을 하거나 차라리 박근혜를 찍겠다는 대충 30~40% 정도의 안철수 지지자들(민주당 안에도 비슷한 비율로 존재하는 듯. 오늘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까지 나왔던 어떤 X이 헛소리 하나 갈겼더만. 그러면 송호창처럼 진작 안철수한테 가던가. 그런 줏대도 없는 주제에 시류에 편승해 개폼만 잡으려고. 제일 싫다. -_-;)이 보기에 이 시점에서 민주당이라고 쓰고 노빠라고 읽는 그들은 그들이 선심 쓰면서 내어주려는 것보다 더 가져갈 것 같으니 그렇게 팔팔 뛰는 거겠지. 왜 안철수 옆에 친이들이 그렇게 많이 모였는지 이해가 된다. 이명박은 그들의 생각보다 더 무능한데다 욕심은 엄청나게 더 많아 정체를 드러내어 버렸고, 박근혜는 숙주를 폭발시키거나 고꾸라지게 할 것 같고, 이제 노무현이 켰던 좌측 깜박이를 다시 켠 민주당은 그들이 움켜쥔 걸 조금이나마 뺏어갈 테니 안철수를 택할 수 밖에.
우리 부친이야 김대중 정권 때 사업상으로 손해를 본 게 꽤 있으시니 김대중이라면 이를 가는 게 솔직히 이해는 된다. 인간이란 극소수를 제외하곤 다 자기 경험과 이익에 근거해서 남을 평가하게 되는 거니까. 내가 이명박 엄청나게 싫어하는 데는 대의적 이유가 80%지만 개인적 손해도 20%는 섞여 있으니까. ㅎㅎ 근데 노무현 정권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이 저렇게 많나? 나도 건에 따라서 욕을 꽤나 걸판지게 많이 ^^ 하긴 했지만... 저렇게 두고두고 이를 갈 정도의 다수가 형성된 이유는 좀 연구해볼 가치가 있을듯. 일종의 사회 현상에 가깝지 싶다.
이번 사퇴는 아마 안철수씨 인생에서 최초의 실패이지 싶은데... 퇴장의 시점과 방식을 보면 정말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새삼 느끼겠다. 그동안 훼손된 이미지며 평판 등등. 2012년엔 불확실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제외하고는 다 챙긴 거 아닌가. 길게 보면 시련이지 실패가 아닐 확률이 높다.
그가 얼마나 더 많은 공부를 해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기왕 이 길로 전진하기로 했다면 이전에 살아왔던 그의 인생이 그랬던 것처럼 성공하고 존경받기를. 우리 나라나 나 같은 기타여러분을 위해서도 진심으로 그렇게 바란다.
그나저나 파크타워 사는 그 점쟁이 아줌마... 일단 반은 맞췄네. ^^; 나머지 반도 부디 맞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