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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약간 우울

by choco 2014. 6. 26.

날이 더워지면 본래 모든 생체 리듬과 의욕이 곤두박질치기 때문에 이런 게 별반 이상한 건 아니지만 올해는 좀 유달리 축 쳐지는 것 같다.

지난 주엔 뚜껑이 확 열리는 일이 있었는데... 분노의 컴플레인 메일을 쓰다가 그것마자도 귀찮아져서 엎어지는... 생존과 직결되는 일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고 귀찮은 무기력 상황. 

그럼에도 억지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고 있고 또 넋놓는 통에 소소한 사고도 열심히(-_-;;) 치고 있다.


이 즈음 내가 어땠는지 기록 + 정신 좀 차리자는 정리 차원에서 생각나는대로 기록.


1. 아주 오래 전 MBC에서 피를 쪽쪽 빨릴 때 딱 한번 지갑을 놓고 택시를 탄 이후로 10년 넘게 그런 실수는 한 번도 한적이 없었는데 작년 초에 한번 그러더니 (그것도 내가 생일선물로 밥 사겠다고 나간 날이었음. ㅜㅜ) 올해는 수시로 이러네. 

그래도 그동안은 큰 문제는 없었는데 어제는 진짜 제대로 꼬인 날이었다.


부친의 은행 심부름 + 내 은행 볼일을 위해 짐 다 싸고, 어제 만나기로 한 ㅇ씨에게 선물할 방울토마토잼까지 다 잘 챙겨서 회의 나가시는 부친과 함께 나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은행에 가서 보니 지갑이 없다. 

동네니까 다른 때라면 집에 들어가서 가져오면 되지만 문제는 우리 부친은 전자식 도어락도 믿지 못하고 열쇠로 한번 더 잠그고 다니는 강박증이라는 거. 

내 열쇠는 지갑 안에 있기 때문에 지갑도 없고 집에도 갈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ㅇ씨에게 전화해서 택시비를 들고 좀 기다려달라고 할까 하다가 보니 내 손에 다행히 통장이 있는 거 발견.

돈 뽑아서 그걸로 택시 타고 갔다.


ㅇ씨도 지갑 놓고 나온 바람에 늦는다는 문자가 와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나도 지갑 놓고 나왔다고, 지갑으로 대동단결을 외치면서 점심 맛있게 먹고 ㅇ씨네 가서 차도 마시고 카레며 이런저런 거 얻어서 대방동에 있는 빵집에서 사준 빵까지 들고 신나게 택시를 타고 보니 이번엔 ㅇ씨가 바리바리 싸준 카레 등등을 넣은 장바구니를 차에 놓고 왔다는 거 발견. 


저녁에 제육볶음을 해서 쌈 싸먹을 생각이었지만 잇따른 뻘짓에 기가 다 빨린 것 같아서 오븐구이 + 샐러드로 전환.

여름이면 늘 그렇듯 부친은 깨작깨작.

열 낼 기운도 없다.


2.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밤에는 또 뽀양의 한방이 기다리고 있었음.

잘 먹고 잘 놀고 하던 개가 밤에 잠을 안 잔다.  -_-;

어디 아픈 건 아니지만 뭔가 불편한지 계속 잠을 안 자고 배회.

개를 붙잡아 선풍기 앞에 두고 함께 쪽잠을 자다가 5시쯤 또 동생한테 간 뒤 잠시 기절.


오늘도 약속이 있었는데 뽀양 관찰 및 유사시 병원으로 뛰어가기 위해서 양해를 구하고 포기.

먹고 싸는 거 보면 멀쩡한데...  지금도 주인은 잠고문 해놓고 자기는 잘 자고 있긴 하지만 오늘 밤에 어떨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냥 갑자기 더워서 더위 타는 정도면 좋을 텐데...

제발 아프지 말자 뽀양아.  ㅜㅜ


3. 올 상반기에 막 뿌렸던 것 중 하나가 되긴 했는데 됐으면 하던 건 다 날아가고 가장 안 됐으면 하고 바랐던 거라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아쉬움.

3-4월에 후다닥 승인해줘도 결코 여유롭지는 않은데 6월도 끝나가는 판에 결정이라 갑자기 엄청 바쁘게 생겼다. 


됐으면 잽싸게 일이나 하게 해주지 팀 회식 어쩌고 하며 멀리까지 부르는거 진심으로 짜증남. 

높으신 양반들까지 다 오신다고 꼭 참석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니 얼굴만 비추고 와야지.

술 못 마신다고 하고... 먼 길 핑계로 저녁만 먹고 후다닥 와야겠다. 


4. 쓰고 보니 또 어제의 일인데....  ㅎㅎ   (어제가 정말 스펙타클이로구나)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니고, 점심 먹을 때 옆 테이블의 여자들이 너무 크게 떠들어서 어쩔 수 없이 귀에 들려온 대화.

운동 클럽에 잘 생긴 남자가 많다는 둥, 누가 마음에 드냐는 둥 그러는데 연식을 보아하니 내 근처로 보여 노처녀들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남편 어쩌고 애들 어쩌고의 화제로 연결.  @0@

들려오는 대화를 보건대 대놓고 바람까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가벼운 만남은 즐기는 듯 싶은데... 그렇게 외간 남자가 그리우면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필드에 나가지...  애들 보기 민망하지 않을까?

요즘 유부남녀의 절반 이상이 애인이 있네 어쩌네 하는 거 보면서 설마? 했는데 그게 맞는 얘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솔솔.

있는 서방도 귀찮을 나이에 남편에 애인까지... 기운도 좋다. 

그 에너지와 열정은 부러움.  ㅎㅎ


5. 같은 장소의 다른 테이블에선 1-2살 먹은 아기 달고 나온 엄마들 모임이 있는지 아수라장.

아기들이 이것저것 떨어뜨리고 울고불고 소리 지르고...

그 와중에 대화와 식사를 하는 엄마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나 같으면 엄두가 안 나서 못 나올 것 같음. 

예전에 카페쇼 그 도떼기 시장에 유모차 끌고 다니면서 누비는 아기 엄마를 보면서 느꼈던 경외감을 간만에 느꼈음.


며칠 간의 얘기를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다 어제 얘기네. 

내일 가기 싫은 회식에 가서 늙은 아저씨들하고 앉아있을 생각하니 만사가 귀찮아져서 여기서 패스.

토요일 캐츠를 기대하며 잘 참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