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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주절주절

by choco 2014. 11. 13.


사실 멘붕 시리즈라는 제목이 더 맞겠지만 바로 아래아래에 멘붕이 있는 고로...


그냥 2014년이 끝날 무렵 이런 일이 있었구나~를 나중에 이 시기를 찾아볼 스스로에게 기록해주는 의미의 간단한 끄적임.


1. 준비하던 대학원이 날아갔다.


장학제도, 커리큘럼, 위치 등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해 준비하던 학교에서 가려던 과가 없어졌음. 

돈 되는 과만 남기는 통폐합의 열풍에 휩쓸려 사라진 것.

천민 자본주의를 욕하면서 내 스스로도 좀 욕을 해야겠는 것이 계획대로 작년에 그냥 갔다면 후배는 없어도 어쨌든 난 다니다 졸업을 했을 텐데 이런저런 이유로 한 해 미룬 것이 이렇게 황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가...


열심히 쿠폰 적립해놓고 이제 드디어 큰 거 한방 공짜로 먹으려는데 그 가게가 없어지는 등의 황당 스토리는 좀 있었지만 가려던 학교의 과가 없어지는 일은 진짜 새로운 경험이다.


지금이라도 새로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맞겠지만 일단 12월 방송이 물리다보니 정신적 육체적 여력이 도저히 생기지를 않네.

이 역시 내년에 후회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년 봄에 다시 학생이 되는 건 물 건너갔음.


'미루지 말자' 는 교훈을 얻기는 했는데 얼마나 잘 실천할지는 모르겠다.



2. 뽀양이 또 대박으로 아팠다.

이건 오늘 아침.  --;


제일 먼저 일어나 밥 차리라고 기다리는 개가 밥 먹으라고 불러도 안 나오는 건 정말 심각한 상태라는 증거다.

어제 저녁에 간만에 돼지갈비뼈를 먹고 소화불량인가 싶어서 많이는 걱정 안 하고 10시에 동네에 명품 벼룩하는 이웃의 집에 약속대로 가려는데 개의 상태가 영 심상치가 않음.


벼룩도 못 가고 일도 못 하고 1시 정도까지 관찰하다가 아무래도 아니다 싶어서 개를 들고 병원으로 뛰었다.

아니길 빌었지만 반쯤은 예상한대로 췌장염.  ㅜㅜ

췌장염에는 뾰족한 치료약이 없이 무조건 사흘 정도 금식하면서 수액 맞고 보조제 섭취하는 거라고 해서 3시간 수액 맞추고 편구 쓰는 이 마감의 와중에 날마다 개님 모시고 병원에 수액 맞추러 가야함.


근데... 문제(?)는... 이 개님이 예상보다 빠른, 짐승의 회복을 보이고 있다는 거다.

수의사 샘 曰 "통증이 심해서 오늘하고 내일까진 식욕이 없을 거고 토요일 정도 되면 식욕이 솟아서 막 밥 달라고 난리칠 거예요. 하루만 고생하세요." 라고 했는데... 

병원을 나온 순간 뽀삐의 얼굴은 '우리 이제 집에 가면 밥 먹을거지? 나 배고파~' 였음.  -_-;;;


그리고 먹이를 찾는(건 맞지. ㅠㅠ) 하이에나처럼 집안을 배회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까지 핥고 있는데.... 

오늘 하룻밤도 이 난리구만 일요일이 올 때까지 어떻게 저 개를 감당하나.


우리 부친은 당연히 저녁을 드시고, 나도 온종일 쫓아다니고 하느라 허기가 져서 밥 먹는데 동생은 굶는 뽀삐와 함께 금식했음.

내 동생이 뽀삐를 가장 사랑한다는 건 오늘 저녁에 새삼 꺠달았다.



3. otp 고장.


정말 엎어진 놈 밟는단 얘기가 딱 오늘 나였다.

인터넷으로 적금 하나 들 게 있어서 동물병원 점심시간 끝나기 기다리며 절차 밟아나가고 있는데 제일 마지막에 OTP 번호를 입력하는데 갑자기 먹통이 된다.  -_-

정말 모니터를 박살내고 싶었음.


이건 뽀삐 수액 맞는 동안 다시 돌아와서 은행 가서 새로 발급받고 (불량이라고 돈 안 받고 교체해줬음~ ㅎㅎ) 해결.



4. 마구 질렀다. 

그리고 지금도 지르고 있다.


입출금 통장에 야심차게 모아놨던 1학기와 2학기의 절반 정도 분량의 등록금을 1년짜리 예금으로 돌리고, 2학기 절반과 내후년 등록금을 위한 긴축 모드에서 벗어나니 갑자기 그동안 억제했던 소비 욕구가 물밀듯이 몰려오기 시작.


불난 집에 부채질이라도 하듯 도서정가제 때문에 서점들이 미친듯이 할인을 하네.

적립금을 위해 5만원 단위로 꼼꼼하게 잘라가면서 열심히 책을 지르고 있고, 앞으로 작전을 잘 세워서 두서너번 더 지를 예정.

다음달 카드비가 폭발할 것 같다.


그리고 현찰로도 질렀다.

동네에 명품 벼룩을 잘 하는 이웃이 있다.

오늘 아침 10시에 오픈하기 전에 와서 미리 좋은 거 챙겨가라고 연락이 왔는데 저 위에 썼다시피 뽀양이 정신을 혹 빼놓는 바람에 벼룩이고 나발이고... 그냥 돈 쓰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려니 했다.


근데 뽀삐가 3시간 동안 수액 맞는 동안 은행 다녀오다가 오라고 해서 들렀는데 나와 사이즈가 똑같은 이 주인양반이 내놓은 것들이 대박임.

결국 지갑에 있던 현금을 탈탈 털어주고 왔음.

예쁜 것들이 많이 빠져나간 끝 시간이라서 이 정도로 선방한 거라고 스스로 위로 중.


새로 산 따끈따끈한 애쉬를 신고 뽀양을 데리러 가서 각종 검사비와 치료비를 또 왕창 결제하고 COME BACK HOME.


내일은 5시간 동안 수액 맞춰야 하는데 일할 거 다 싸들고 가서 병원 옆 카페에서 죽칠까, 집에 왔다가 다시 갈까 고민 중.

집중도는 카페가 낫겠지만 저 개님을 기본으로 해서 하드에 넷북에 짐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