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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정리 또 정리

by choco 2018. 9. 25.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강행한 지난 주 작업실 이사.

예상은 했지만 정말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1톤 트럭 하나 분량은 버리거나 보내거나 하지 않았나 싶음.  (조만간 주방 정리하면 아마 그 정도는 또 나오지 싶음. ㅜ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뭔가 끄적거린 일기장과 다이어리들을 싹 다 버린 게 최고의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이제 오늘밤 당장 죽어도 그 시절 내가 남긴 오글거리는 기록을 아무도 보지 못 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진짜 최고의 숙원사업을 해치웠다.

발굴한 것중에 가장 황당한 것은 80년대 초던가?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유치하고 그 기념으로 여기저기서 이벤트 할 때 오리온 초코파이에서 역대 메달을 카피한 조그만 약식 메달을 박스 하나당 한개씩 넣어서 팔았다. 그걸 모으는 게 우리 학교에선 꽤나 유행이었다. 간혹 부모나 손님찬스로 상자째 초코파이를 먹을 땐 그걸 챙길 수 있었지만 그건 진짜 희귀한 경우. 박스단위로 구매할 수 없는 어린이들은 단골 수퍼나 구멍가게에서 초코파이 사면서 그걸 챙기는 게 엄청난 경쟁이었다.

그때 모은 그 쓰잘데기 없는 기념품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니. ㅎㅎ  난 참 잘 버린다고 하면서 의외로 못 버리는 게 많은 모양이다.  버릴까 하다가 오리온에 연락을 해서 거기서 원하다면 줄까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버릴 확률이 더 높긴 함.

아직도 쌓여있는 애들 보면 심란하긴 한데 침대 새로 들어오고 보낼 거 보내면 좀 정리가 되겠지. 

진짜 이제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행해야겠다.

나도 이제는 슬슬 줄이고 정리를 해야하는 나이에 들어간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