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만 열린다는 보로우 마켓에 가기 위해 아침을 간단히 먹고 서둘러 나왔다. 런던의 지하철은 살인적으로 비싸지만 데이 티켓이라는 그나마 숨 쉴 구멍이 있는 고로 한국 돈으로 약 10000원 정도면 몇번을 타도 상관없는 ONE DAY FREE TICKET을 끊어서 이동.
여기서 이해가 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1일 자유권과 함께 3일 자유권도 있는데 파리나 빈의 경우는 여러날 할인되는 표는 날짜별로 나누면 훨씬 가격이 싸진다. 근데 런던은 1일권보다 3일권이 전혀 싸지 않음. 이건 이해불가능이지만 남의 나라 시스템인 고로 패스.
런던 브리지 역에서 내려서 조금 헤매긴 했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찾았음.
보로우 마켓은 투어 프로그램도 있는데 굳이 비싼 투어를 이용할 필요는 전혀 없을듯. 찾아가기도 쉽고 또 투어 가이드가 필요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 그냥 혼자나 일행들과 오붓하고 구경하고 사먹고 하는 게 좋을 듯.
들어가는 입구다. 노래로 유명한 그 런던 브리지 바로 아래에서 열리는 주말 시장임.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다리 밑에서 열리는 시장~ ^^
아침을 든든히 먹고 갔는데도 음식들이 식욕을 마구 자극해 이것저것 충동구매도 좀 하고 또 많이 먹었다.
사먹은 것들. ^^ 케밥과 즉석에서 갈아주는 과일주스는 정말 지금도 생각하면 침이 꼴딱. 치즈를 넣고 구운 샌드위치는 한국인의 입맛에는 좀 짰다. 그래도 지금 떠올리니 그립군.
다양한 먹을거리들. 런던에서 살고 있다면 양손 가득 장을 봐서 돌아갔을 듯. 다행이(?) 런던시민이 아닌 관계료 대부분 구경만. 와인하고 마시려고 치즈만 몇조각 샀다.
이런 것도 팔고 있었음. 홍차의 나라에서 팔리는 중국차나 녹차와 찻잔들이 나름 특이. 한국에선 널린게 이런 친구인 고로 그냥 패스.
보로우 마켓 옆에 있는 이태리 식료품 가게. 여기야말로 정말 환상이었다. 파스타는 사서 한국에 좀 부치고 싶은 걸 참느라 혼났음. 여기서 살라미와 햄 등을 사서 나중에 호텔에서 먹었는데 맛있었다. ^ㅠ^ 하얀 분이 뽀얗게 핀 살라미나 프랑스햄... 진짜 맛있는데. 왜 요즘엔 갖고오지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ㅠ.ㅠ
이렇게 행복한 런던의 첫날 아침을 보내고 2년 전 택시까지 타게 하고도 나를 좌절시킨 브라마 티&커피 뮤지엄으로 출발.
홈페이지에서 지도까지 뽑아왔겠다, 잘 찾아갈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갖고 출발했지만 역시나 좀 헤맸다. ^^; 지도를 들고 우왕좌왕하는 불쌍한 세 여인네를 보고 자청해 다가와 길을 알려주고 바람처럼 사라진 친절한 런던 아저씨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그러나 그렇게 친절하지 않아도 좋았을 뻔 했다. -_-;
이게 바로 오매불망 그리던 브라다 티&커피 뮤지엄의 외부 전경이다. 내가 런던에 갈 때 홈페이지를 보고 꿈에 그렸던 건 크진 않더라도 우아한 리젠시나 빅토리아 풍의 작은 저택을 가득 채운 티 관련 전시품이었다. 그런 전시품을 구경하고 그 뮤지엄의 티룸에서 우아하~게 스콘을 곁들인 크림티를 한잔하면서 잠시 쉰 다음 테이트 모던으로 가는 것이 나의 원대한 꿈이자 계획. 그런데... 이곳은 뮤지엄을 가장한 찻집. 그것도 런던 기준에서 보면 정말정말로 별볼일이 없는... ㅠ.ㅠ
전시 공간은 찻집 안쪽의 조금 큰 방 하나 정도. 그나마도 파티션으로 구획을 나눠서 몇 걸음이나 걷지... 그냥 파티션 밖에서 머리를 들이밀고 봐도 충분하고도 남는다. 지금 사진을 찍은 게 그나마 거의 유일하게 조금 볼만하다고 할 수 있는 전시품들. 차마 내 카메라 메모리의 용량이 아까워서 찍지 않고 왔는데 마시고 텅 빈, 일본의 녹차캔까지도 전시품이라고 전시되어 있다. 일본과 영국의 -그나마 다양하지도 않은- 홍차 포장과 이런 차나 커피 관련의 그야말로 평범한 수준의 개인 컬렉션이라고 보면 된다. 고흐나 렘브란트의 그림도 공짜로 볼 수 있는 런던에서 이걸 3파운드나 내고 보다니.... 정말 통곡하고 싶었음. 혹시라도 이름에 혹하고 또 홈페이지에 혹해서 갈 사람들!!!! 네버! 절대! 얼씬도 하지 말길. 내 평생에 이렇게 확실하게 낚여보긴 또 처음인 듯 싶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마 상표의 홍차는 두 종류 사왔다. 이 시음기는 또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