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서적을 읽으면서 이렇게 찝찝한 감정적 자극을 받기는 참 오랫만.
여성과 남성의 관계. 사회 속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관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에 관해 생각을 강요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춘으로 내몰리는 여성들의 유형과 그 삶의 형태, 착취의 고리에 관한 설명은, 감정을 배제한 건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상념들을 불러 일으킴.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이다.
고대 신화부터 시작해서 일본의 역사와 문학 속에 나타난 성,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매춘에 관한 기록 총 망라. 일종의 일본 매춘 사전이라고 해야하나? 일본 매춘부의 역사와 형태, 화대에다 어떻게 알았는지 포주가 떼어가는 수수료의 비율까지 세세히 설명을 하고 있다.
덕분에 내가 알고 싶었던 일본의 풍속이나 생활에 관한 부분들도 건져올릴 수 있었음. 소소한 풍습의 파편을 건져내는 양이 늘수록 계속 얘기했던 찜찜하고 껄쩍지근한 감정도 증가. -_-;;;
세상 어디에도 매춘이 없는 곳은 없다. 그리고 매춘이 있다보면 변태나 착취라는 것은 기본 옵션으로 따라 붙는다. 그러나 여기 기록된 수준의 내용은... 같은 여자라는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런지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소화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착취 형태. 이게 일본에서 극대화된 일본 사회의 특징인지 아니면 얘네들이 유독 이런 부분에 대한 세세한 기록을 남기고 있는지는 -이것도 관심이 있고 상당히 일반화 됐으니까 남겼겠지?- 모르겠지만 에도 시대의 밤은... 여자에게는 지옥이지 않았을까 싶음.
재미있다면 재미있는 것이 나체나 온갖 퇴폐쇼들의 역사가 근대가 아니라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 이런 성의 탐닉은 일종의 유전 정보가 되어 버린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일본 현대 사회에서 존속될 뿐 아니라 한국까지 수출되서 일본 못지 않게 성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거나 좀 배우지 나쁜 것은 어떻게 그렇게 잘도 따라하는지. -_-;;;
또 알게된 것 중 기억하는 것 두가지. 그 유명한 파리 믈랭루즈의 캉캉이 에도 시대에 성행했던 칸칸이 유럽으로 건너가 생긴 춤이라는 것. 프랑스인들은 알까? 이번에 빠리 가면 믈랭루즈 외경은 구경하고 와야겠다. 그리고 삐끼가 일본말 삐후끼에서 왔다는 사실. 삐끼 삐끼 그냥 불렀지 그 어원은 생각도 못해봤는데 여기 있었다.
한국의 음란 퇴폐 업소에서 쓰는 소위 슬랭들의 어원을 따져가면 일본에서 온 것이 꽤 많을 것 같다.
번역자는 김인호라고 되어 있는데 전반과 후반의 문체가 달라지는 것을 볼 때 최소한 두명 이상의 번역자가 달라붙었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초벌 번역한 것을 이 대표 번역자가 전반부만 꼼꼼히 수정하고 후반부는 대충 넘어간 것 같다. 전반부는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문장이 꼬이고 조사들이 잘못 사용된 경우가 많다. 해석에 따라서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 정도의 헷갈리는 문장까지. 편집과 교정에서라도 잡아줘야 하지 않나? 짜증났음.
그리고 가장 열받는 것은 명사가 잘못 표기된 경우. 나 역시 일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우키요에'가 아닌가? 문맥상 우키요에 인것 같은데 '부키요에'라고 쓰여있는 부분도 있었음. 부키요에가 뭐지???
책/인문(국외)
성의 일본사
사사마 요시히코 | 자작나무(송학) | 2005.8.3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