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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불안

by choco 2014. 8. 4.


그냥 심란하달까...  컴퓨터 앞에 아침부터 앉아 있는데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를 않는다.

이 심란의 근원을 찾아들어가면 불안이겠지.


그렇다면 무엇이 불안한 거지? 라는 질문을 내게 던져보자면...


현재 가장 큰 건 뽀삐.

해결할 수 없는 불안으로 내 영혼을 잠식하고 싶지 않아서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저 아이의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70대.

인간보다 4배나 빠른 개의 시간으로 계산을 하자면 아주아주 운이 좋지 않은 한 우리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여름이니 사람이나 개나 다 힘들기는 하지만 올 여름 부쩍 노쇠의 기미를 보면서 가슴이 철렁철렁한다.

강아지 때 홍역에 걸린 걸 간신히 살려서 갓 퇴원한 개를 데리고 와서 벌벌 떨던 그때와 비슷한 불안이긴 한데 그때는 그 고비만 넘기면 함께 할 많은 시간이 있다는 희망에 기댈 수 있었지만 지금은... ㅜㅜ

하루하루 주어지는 오늘이라는 선물에 감사하면서 많이 사랑하고 기뻐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나 자신을 다잡긴 하지만 언젠가는 다가올 이별이 참 두렵다.


두번째는 그냥 내 미래에 관한 것들.

매년 올라갔다 내려갔다 부침이 있긴 했지만 올해는 -다들 그렇다고 위안을 삼는다고 해도- 정말 한가하네.

선배들은 물론이고 비슷하게 일을 시작했거나 후배였던 작가들 상당수가 여러가지 이유로 이 바닥을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몇명 없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일 하자는 전화가 정말 하나도 오지 않을 때 난 뭘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뽀삐의 시간보다 더 남았는지 덜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미래에 대해서도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는 자각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외에도 소소한 불안들이 있으나 그건 현재로서는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니 패스.


이렇게 거창하게 쓰고 있긴 한데... 솔직히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황. 

만약 내가 떠날 날이 며칠 안 남았다면 그걸 알고 있는 내 위의 누군가는 이런 끄적임을 웃기다고 볼까, 아님 안쓰럽다고 볼까?

내 자신의 미래에 관한 한 결과를 모른다는 게 인간에겐 상당한 축복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


어쨌든... 뽀삐야 오래 같이 살자.

현재로서는 저 개가 내가 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 

그러고보니 이달 말 건강검진 해야되는 달이구나.

선생님 휴가 언제 갔다오는지 동물병원에 전화해 물어봐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