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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뽀삐

by choco 2016. 6. 30.

아주 어릴 때 잠깐을 제외하고 울 뽀양은 결코 활동적인 개는 아니었다.

 

잘 꾸며지고 그늘이 있는 공원이나 카페 거리에서 우아한 산책을 즐기지 웅대한 자연 속에서는 무지하게 불편해하고 불안해하는 도시개.

 

지금도 여전히 도시 개이긴한데 갑자기 허파에 바람이 들었는지 요즘은 수시로 산책을 요구하고 기차를 타는 장거리 여행도 가방 속에 앉아 거뜬하던 애가 갑갑증이 나는지 택시나 버스 안에서 30여분도 낑낑거리면서 힘들어한다.

 

10년 넘게 익숙해왔던 개의 변화에 나도 다시 적응하느라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것에 감사.(하긴 하지만 말은 좀 잘 들으면 좋겠다. 정말 노인네 똥고집이 저런 거구나를 울 부친과 뽀삐를 보면서 연타로 느끼고 있음. -_-a) 

 

식탐이 여전한 것에도 감사하는데.... 문제는 돌도 소화시키던 우리 뽀양의 위장이 더 이상 과식을 허락하지 않고 몸에서 거부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약발이 기가 막히게 받아 이것저것 좋다는 거 먹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비싸게 직구한 것들 상당수가 그냥 전시용으로. ㅠ.ㅠ (ㅅ양 빨리 와서 가져가요)

 

변하지 않은 것은 길 건너편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너무나 심하게 좋아하는 거.

 

그쪽은 로비에 소파 같은 걸 갖다놓고 입주자들이 손님을 맞거나 쉴 수 있도록 해놨는데 거기에 엄청나게 들어가보고 싶어하지만 매번 억지로 끌고 오곤 한다.

근데 그 얘기를 울 부친에게 해드렸더니...

"뽀삐야, 우리도 거기에 집 있으니까 기죽지 말고 다녀라." 라고 하셔서 빵 터졌음. ㅋㅋㅋ

세입자가 살고 있긴 하지만 분명히 우리 집이긴 하지.  ㅋㅋㅋㅋㅋ

 

올해 들어 부쩍 나이든 티를 내는 뽀삐를 보면서 마음이 짠하고... 싱숭생숭.

 

저 모습의 인간 버전이 몇십년 뒤의 내 모습이겠지.

뽀삐를 보면서 다가올 미래를 예습한다.

 

함께 있는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많이 사랑해줘야지... 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저께처럼 병원 왔다갔다 하면서 진상을 떨면 꽥꽥꽥 소리를 지르게 됨. 

애정과는 상관이 없는 거란다. ㅎㅎ

 

한스 쌤이 유학간 다음 무마취 스케일링을 할 곳을 찾아 헤맸는데 괜찮은 병원 발견.

무마취 동지들에게는 이미 다 연통을 했지만 좋은 정보는 나누고 좋은 의사는 널리 알려야 하니 여기에도 기록을 하자면 목동에 있는 푸른들 동물병원 혹은 동물의료원? 

 

나이 많고 여기저기 지병이 있는 애라 흥분하면 안 되서 걱정을 했는데 컨디션 봐가면서 참 친절하게 잘 해준다.

어마어마하게 진상을 떨면 진정할 때까지 쉬었다가 다시 스케일링하기를 반복.

그 휴식 시간을 3번이나 갖는 통에 민망해서 죽을 뻔 했지만 어쨌든 덕분에 사고 없이 잘 하고 왔다.

 

나이가 많아서 마취가 불안하거나 가능하면 마취를 시키고 싶지 않은 견주들에게는 추천. 

 

예전 한스 쌤 같은 '나를 믿고 따르라!' 같은 카리스마는 없지만 대신 조근조근 조심조심 잘 해주는 느낌이라 맘에 든다. 

참!  가격도 한스보다 엄청 싸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