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와이 아츠시 | 중앙M&B(랜덤하우스중앙) | 2005. 8. 29 ~31
제목이나 카피와 달리 하룻밤에 읽기는 좀 힘들다. ^^
역시 미장원이란 공간은 기차나 비행기와 같다. 할 일이 오로지 활자를 좇는 것 밖에 없음. 덕분에 며칠 시루고만 있던 하룻밤에 읽는 일본사를 가볍게 격파.
제목은 하룻밤에 읽는 일본사고 정말 엑기스만 쉽게쉽게 써놓았다는 것을 머리는 알고 있음에도 한국사나 서양사, 혹은 중국사와 달리 처음에는 진도가 엄청 안 나갔다. 그나마 바로 직전에 읽은 2천년 일본사를 만든 일본인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더 고생을 했을듯. 결론은 어떤 책을 먼저 잡았던 간에 어려워~를 연발했을 거란 의미다. 책의 난이도 문제가 아니라 내 무식이 문제였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국사학자나 교수가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국사(일본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느꼈던 문제 -암기과목인 재미없는 역사- 를 절감하고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가르치기 위한 자신의 방법을 책으로 엮은 건데... 한눈에 들어오는 도표는 대입을 준비하던 시절에 한국사에서도 많이 봤던 것들과 엄청 비슷. 이것도 한국과 일본의 닮은 점이구나 하면서 혼자 웃었다.
고대부터 태평양 전쟁 직후까지. 시대를 구분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10가지 정도씩 짚고 그걸 중심으로 역사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요점에서 멀어지거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알아둬야할 복잡한 이름들의 숫자가 최소한 된다는 것도 기본 지식없는 초보자에게 고마운 일.
한국에 번역이 된 책이니 당연하겠지만 한일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비교적 객관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이 정도의 쌍방향 이해와 역사 인식의 일치가 된다면 크게 문제도 없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고대사 부분을 빼고는 했음.
고대사 부분에서는 좀 의아한 것들이 몇가지. 일단 죠몬 문화의 역사를 1만년 전으로 올려잡는 것은 몇년 전 가짜 유물 사건으로 자살한 그 아마추어 고고학자
그리고 좀 신기했던 것 하나. 죽은 주군의 복수를 한 무사들의 사건, 그 주신쿠라가 일본 근세의 10대 사건 안에 들어갈 만큼 중요한 일인가? 메이지 시대에 금지되기 전까지 복수란 것이 의무이자 명예이긴 했지만... 여하튼 영화나 문학에서
초보자에게는 유용. 하지만 초급을 벗어난 독자에게는 별 필요없는 얕은 다이제스트북이 될듯. 이 책에 대한 내 결론이다.
복잡한 일본사에 대해 갈 길이 멀지만 최소한 뜬구름을 잡는 몽롱한 느낌에서는 슬슬 벗어날 것 같다. 이제 싯켄이 뭔지 셋칸이 뭔지는 대충 알겠음. 그리고 두권째가 되는 그나마 모르는 이름보다는 본듯한 이름들이 더 많아지고 있음. 몇권 더 읽으면 대충 가닥은 잡히겠지. 돈과 시간이 없을 뿐이지 책은 많다. -_-;;;
포스팅은 안 할 예정이지만 이번 주 들어 읽은 로설들 그냥 곁다리로 기록. 운향각 이야기, 천일화, 지독한 열병, 섬라곡국 이야기. 일할 거 많다고 공표하고 들어앉아서 글은 안 쓰고 남의 쓴 것만 열심히 읽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