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새로 뜯은 애들도 좀 있고 재고소진 차원에서 이것저것 꽤 많이 마셨는데 그동안 차 마신 포스팅을 게을리 하다보니 뭘 마셨는지 잘 기억도 안 나고 또 마신 기억은 나는데 맛 자체를 잊어버린 것도 꽤 많다. 그리고 새로운 차를 마시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뜯은 포숑의 좀 복잡한 이름의 차도 있는데 걔는 틴을 가져와서 이름을 옮겨적기 귀찮아서 지금은 패스. ^^
비교적 확실하게 기억나는 애들만 대충 모아봤다.
먼저 마리아쥬 프레레의 세레나데.
장미향이 엄청 강하다, 향수 같다는 평이 압도적인 홍차라서 두 가지에 쥐약인 나로서는 은근히 겁을 먹으면서 뜯었다. 그래도 내가 산 게 아니라 소량 교환한 거니까 망해도 뭐~ 하는 여유도 좀 있었고. 마신지 한참 되서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데 나쁘지 않았다는 기억이 남은 걸 보면 장미향이 소문만큼 진하거나 역하지는 않았던 모양. 오히려 달달하니 과일향이 났었던 것 같다.
쓰다보니 시음기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막연한 기억으 기록이 되고 있네.... ^^; 무난하게 잘 마셨던 홍차였음. 엄청 좋아~ 라는 기억 역시 없으니 아마 사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
마리아쥬 프레레의 버터 스카치.
나와 비슷한 세대는 아마도 기억할 유명한 사탕 버터 스카치.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은 좋아하지만 사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엄청 밝혔던 사탕이다. 입안에 감도는 그 달달하고 구수한 버터향이 정말로 맛있었는데.... 가끔 그 맛이 입안에서 맴돌아 찾아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옛날의 버터 스카치 캔디를 기대하면서 버터 스카치란 이름에 혹해서 교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릴 때 먹던 사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맛이다. 살짝 헤이즐넛이나 캐러맬 향이 감도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맛보게 해주면 좋을 홍차.
나중에 블렌딩 정보를 보니까 아몬드향이 들어갔다는데 대장금과 상관없는 내 코와 혀는 아몬드를 헤이즐넛으로 읽은 모양이다. ^^
살짝 달달하니, 커피 같은 구수한 향이 감도는 맛있는 홍차. 하지만 작년에 유럽서 사온 비슷한 향의 홍차도 있고 또 내가 이런 쪽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관계로 내 돈을 주고 구입까지 하지는 않을듯. 또 교환할 기회가 있으면 그때~
포트넘앤메이슨 오렌지 페코
포트넘앤 메이슨의 실론 오렌지 페코와 무슨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고. ^^; 홍차를 조금 알거나 막 발을 디딘 사람은 오렌지 향이 나냐는 질문을 하는데 오렌지 페코는 잎이 형태를 일컫는 용어로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클래식 티이다.
잎이 크니 천천히 우러나는 차라 느~긋하게 마셔줬음.
수색도 예쁘고 특별히 튀거나 싸구려틱하지 않은 고급스런 홍차였다. 맛있게 마셨지만 역시나 작년에 사온 클래식티와 블렌딩티들이 넘쳐나는 고로 괜찮았다는 기억만 간직해야겠다.
포트넘앤메이슨 러시안 캐러반
러시안 캐러반이 보통 스모키한 향이 좀 강한 편인데 이 친구는 보관을 잘못 한 건지 아니면 본래 그런 건지 스모키하다기 보다는 헤비한 묵직함? 이것도 꽤 많은 양을 교환한 터라 두어번 넉넉하게 끓여서 마셨는데 괜찮았다.
수색도 곱고 목넘김도 부드럽고 향도 은은하니 거부감이 없고. 대부분의 음식과 궁합이 아주 잘 맞을 친구라고 하겠다.
하지만 난 좀 강렬한 쪽을 선호해서 그런지... 전형적인 러시안 캐러반의 느낌이 더 좋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품은 완전히 초특급 절정의 낚시였지만 홍차맛만큼은 칭찬해줄 브라마의 러시안 캐러반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음. 브라마의 러시안 캐러반을 처음 끓여 마셧을 때 써놓은 평은 혹평인데 2차 시도에서 적절한 분량과 시간을 찾아냈다. 그 이후부터 나의 애용 아이템. 홍차 평은 최소한 2-3회 시도를 한 다음ㅇ ㅔ쓰는 게 적절하지 않나 생각이 들고 dlTdma.
홍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과 러시안 캐러반 같은 종류의 차를 마시고 싶을 때는 포트넘앤메이슨의 러시안 캐러반을 마시면 거부반응이 적을 것 같다.
아마드 레몬
가격 대비 좀 특징이 없는 맛이랄까... 이 브랜드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좀 그래서 얘도 좀 긴가민가 했었다. 그냥 고이 모셔놨다가 선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셔줘야 한다는 의무감(?) + 상큼한 과일향 홍차를 마시고 싶다는 동생의 요청에 부응해서 오픈.
홍차와 레몬의 궁합이 본래 좋다는 건 인정하는데 얘는 그 이상이다. 찻잎에서 코가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고 강렬한 레몬향이 풍겨져 나오니 일단 기분이 상쾌. 아마드를 비솟한 영국홍차들이 대부분 그렇듯 뜨거운 물과 만나니 진한향이 70% 정도 달아나고 은은한 레몬과 홍차의 향기가 남아서 코와 입을 흐~뭇하게 해준다.
레몬이라고 하니 괜히 수색이 옅을 것 같은데 잎이 자잘해서 그런지 진~하게 우러나서 적황색에 가깝다고 해야겠지?
레몬향 홍차가 당길 때마다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애용할 것 같다. 재구입은.... 홍차 재고가 좀 줄어들고 가격이 맞으면 그때 고민.
최근에 위타드 기문을 끝냈고 작년에 산 우전도 한봉지 끝냈다.
기문홍차가 마시고 싶으면 이제 베노아 기문을 뜯으면 됨. ㅎㅎ 그리고 얼마 전에 ㅎ님과 교환한 야생녹차로 뜯어주길 바라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 조만간 마시고 시음기 올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