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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기/식당

술집- 청진동 옥토버 훼스트

by choco 2008. 4. 27.
모님의 쇼핑에 구경 겸 따라갔더니 종로에서 낮술을 사줬다.  ㅎㅎ;

여기는 맥주를 자가제조하는 모양인데, 평소 컨디션이라면 세 종류 맥주를 골고루 마셔봤을 텐데 요동을 치는 날씨라 꾸물꾸물 으슬으슬이라 평소와 달리 500CC 한잔도 좀 버거웠다. 

흑맥주를 마셨는데 맥주맛은... 두툼하고 쌉쌀하니 흑맥주 특유의 맛을 내려는 시도는 보였지만 톡 쏘는 강렬한 특유의 맛이 없어 어딘지 모르게 밋밋했다는 느낌.  물이 별로였을까?  나쁘지는 않은데 아 맛있어~라는 탄성이 나오는, 속이 확 뚫리게 맛있는 맥주는 아니었다. 

반면 안주는 훌륭~  ^^  모둠 소세지는 짜지 않아서 좋았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삼겹살도 내 배가 제 컨디션이었으면 정말 맛있게 먹었을 텐데 어제 꽃등심과 갈비를 배터지게 먹고 소화제까지 후식으로 챙겨먹은 내게 이틀 연달아 고기는 좀...  다음 번에 가면 다른 맥주와 함께 마셔봐야겠다. 

맥주집에서 보통 서비스 안주로 나오는 팝콘이 아니라 그리시니라고 이름 붙인 -그러나 절대 그리시니는 아니다.  그리시니는 좀 더 딱딱하고 파삭하게 부서져야 하는데 얘는 이름과 모양만 그리시니- 길다란 스틱빵을 주는데 이게 진짜 맛있다.  쫄깃쫄깃 고소하니 그래도로 맛있지만 녹인 치즈에 찍어먹으면 진짜 맛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맥주 말고 이 빵만 따로 팔면 좋겠다.  ^ㅠ^

대낮에 술 마시고 안주 배 터지게 먹고 나오면서 청진동 해장국이며 오래된 청진동의 맛집들을 보면서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  올 7월부터 그 일대가 재개발에 들어간다니 이제 그 오래된 맛과 분위기는 영영 다시 맛볼 수 없겠구나.  내가 좋아하는 강북의 골목들이 강남처럼 번드르르하니 획일화되며 사라져가는 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