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이랄지 갈월동이랄지 정확한 행정구역은 잘 모르겠는 묘한 위치에 있는 일본식 주점형 식당?
본래 어제 내가 인도음식점에서 저녁 사기로 한 날인에 여차저차해서 얻어먹는 것으로 갑자기 장소까지 바뀌면서 조촐한 모임이 2배로 뻥튀기가 되어 버렸다.
나는 공짜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를 갖춘 사람이기 때문에 (ㅎㅎ) 남이 사주거나 공짜로 떨어지는 건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래서 당연히 덧붙여지는 거품을 감안하더라도 쯔꾸시는 괜찮았다. 모처럼 새롭게 발견한 갈만한 (맛, 분위기, 접근성 OK. 가격은 내가 계산을 안 해서 모르겠음.) 맛집이라고나 할까.
그런 분위기의 맛집의 가격대는 대충 알기 때문에 아마 내가 사거나 혹은 더치 페이로 누군가와 먹는다면 식사 메뉴 한가지에 안주거리 두어 가지와 맥주 한두잔이었겠지만 자그마치 코스로 얻어먹는 호사를 한 덕분에 많은 메뉴를 골고루 맛볼 수 있었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11명이 앉아 있음에도 누구 하나 사진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기억나는대로 끄적.
첫 코스는 야마가께. 갈은 마에 참치와 김을 올려주고 거기에 와사비 간장을 아주 조금 넣어 먹는 일본 요리인데 몇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미타니야와 롯데호텔 말고는 먹기 힘들었던 건데 요즘은 많이 대중화가 된 것 같다. 마의 느낌을 싫어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인데 나는 우동에 얹어 먹을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에 만족. 그리고 보통 야마가께는 냉동제품을 해동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생마를 간 것 같다. 아니면 말고. ^^; 이런 추측을 하는 이유는 마의 질감이 다른 곳에 비해서 굉장히 거칠고 신선했기 때문에.
모듬회 살짝 타다끼한 고등어는 적절한 숙성에 비린내를 잘 잡아서 아주 훌륭했고 연어인지 송어인지 고민되는 친구도 괜찮았다. 나머지 흰살 생선과 참치는 평범. 단새우도 맛있었는데 그걸 먹으면서 조만간 국에 가서 초밥을 먹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샤모 간장조림 다른 곳에서 맛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이긴 하지만 시샤모는 그냥 구워주는 게 더 맛있는 것 같다. 딸려 나온 양파는 맛있었음.
가쯔나베 괜찮았음. 하지만 그냥 가쯔나베만 먹기에는 좀 간이 셌다. 구운 오니기리가 하나 곁들여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 그리고 미타니야에 비해 돈가스의 두께가 약했던 것도 포스를 약화시켰음
토마토 야채 샐러드 진짜 장미처럼 예술적으로 슬라이스해 장식한 토마토. 드레싱은 일본식 간장 드레싱. 적절한 시점에 나온 것 같다. 양배추가 1mm로 섬세하게 제대로 잘려있었던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옥도미로 추정되는 생선 구이. 깔끔한 흰살 생선을 먹었다는 것에 의미 부여.
카레 고로케 카레 고로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이쯤에선 배가 불러오는대도 잘 먹었다. 매콤한 카레의 향기가 튀김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씻어줬다고나 할까? 근데 딸려나온 양배추 샐러드의 양배추채가 아까보다 좀 굵어진 것 같았음. 3mm 를 용서할 수 있는 한계로 치니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하튼 그랬다고. ^^
소고기 감자조림 일본 주점에서 빠지지 않는 소고기 감자조림. 너무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괜찮았던 것 같은데 불행히도 이때쯤에는 배가 심각하게 불러서.... -_-; 앞자리에 앉은 ㅁ님과 ㅇ님이 내가 좋아하는 양념이 잘 밴 실곤약을 다 드시는 걸 보면서도 전혀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진짜로 깨작깨작 맛만 봤음.
해물 소스 튀김 소면 이건 일본식 중국요리로 보면 되겠다. 미국 차이나 타운의 중국식당에서 먹던 추메인이(로메인이던가? 헷갈린다. ㅠ.ㅠ) 떠오르는 맛. 이름만 추메인으로 걸어놓고 튀김이 아니라 볶은 국수를 내놓는 한국의 수많은 미국 스타일을 흉내낸 중국집에 쌓인 세월이 오래된 터라 배가 불러 죽을 것 같은데도 먹었다. 맛있었다. ^ㅠ^ 조만간 동생과 함께 이걸 먹으러 갈지도...
일본식 해물 짬뽕 역시 일본식 중국요리로 짐작됨. 맵지 않은 사천탕면이나 굴짬뽕과 비슷한 맛인데 굵은 우동면이 들어간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음. 국물이 시원하니 코스의 마무리로 좋긴 했는데 면이 덜 삶겨서 밀가루 맛이 났다. -_-; 살짝 덜 익은 면을 선호하는 내게 밀가루맛이 느껴질 정도면 이건 요리 과정에서 삑사리가 났다는 의미. 어쨌든 얘도 배가 심하게 부르지 않을 때 재시도를 해보고 싶은 메뉴이다.
술은 일본 정종 (이름을 잊어버렸음)과 월계관 소주 (역시 일본 것)과 아사히 생맥주를 마셨다. 입에서는 술을 더 부르지만 한달 반동안 약을 쏟아부어 겨우 새 생명을 되찾은 위장이 다시 뒤집어질까봐 맥주 한잔으로 곱게 마무리. 의사가 하산을 명하면 바로 동표 골뱅이를 주문해서 파와 함께 한 양푼 가득 무쳐서 맥주와 함께 마시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