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은 지 한 2년 가까이 된 책인 것 같다. 전집으로 사면 할인해주는 이벤트 때 구입했는데 그동안 책장에 꽂혀 있다가 아발론 연대기를 끝낸 지난 6월부터 화장실에 비치해서 읽기 시작.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미리 팁을 주자면 이건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나 악마에 대한 안내서를 기대하면 절대 안 된다. (그걸 기대했던 사람이 나라고 차마 얘기할 수 없.... ㅠ.ㅠ)
고대의 악마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식으로 인간들의 삶과 신화에 등장하고 있는지를 기대하고 책을 잡은 나는 악마라는 존재가 철학적으로, 신학적으로 완성되는 그 통찰의 과정에 일단 반쯤은 기절 상태에 돌입하면서 저자가 누군지를 확인했다.
빛나는 그 이름 제프리 버튼 러셀. 마녀의 문화사를 쓴 학자. -_-+++ 이 사람에게 재미있는 악마나 마귀 이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지. 충격에서 벗어나 좀 버겁더라도 신화나 문학이 아니라 학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악마의 실체에 대해 러셀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로 했다.
내용은 부제대로 고대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인간 세상에서 존재했던 대규모 종교나 사상 가운데에서 악마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됐고 또 어떤 모순들을 갖고 있고 그걸 억지로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찬찬히 소개해주고 있다. 유대교나 기독교의 사상과 교리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고대 신앙이나 미트라 교, 조로아스터교 등 타 종교 교리에 대한 소개도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철학이나 신학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하는 학문에는 엄청나게 취약한 나지만 충분히 읽으면서 대충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알기 쉽게 서술해간다. 늘 하는 소리지만 많이 알고 완전히 이해한 사람만이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진리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음.
처음 기대와는 많이 다르고 결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거 악의 역사 4권을 모두 완독해보기로 결심할 정도로는 괜찮았다.
책/인문(국외)
데블 - 악의 역사 1, 고대로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악의 인격화
제프리 버튼 러셀 | 르네상스 | 2008.6.?-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