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이렇게 오래 지난 건 귀찮아서 포스팅을 안 하지만 이 집은 꼭 기록을 해둘 가치가 있어서. 나를 위한 메모다. ^^
6일날 과천에서 열리는 주니어 선발전에 갔었을 때 저녁을 예전에 과천 살던 시절 즐겨찾던 '달구지'라는 해물 수제비와 굴밥을 전문으로 하는 집에서 먹으려고 했었다.
마지막으로 갔던게 몇년 전이라 좀 불안하긴 했지만 인터넷에 여전히 정보가 뜨길래 안심하고 갔더니... 역시나 예감대로. -_-; 삼겹살집으로 바뀌어 있는데 그나마도 문을 닫았다. 식도락의 황무지 과천에서 그나마 먹을만한 맛집이었는데 아쉬움을 뒤로 헤매기 시작.
너무 더워서 헤매기도 귀찮아 식당들이 모여 있는 바로 옆 벽산상가로 들어가서 메뉴를 고민하다가 모르는 곳에서는 프랜차이즈 아니면 단일메뉴로 승부하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진리를 떠올리며 '항아리 수제비'라는 상호를 보고 지하로 내려갔다.
허름한 상가 지하 가게에 좀 불안하긴 했지만 망해봤자지 하고 앉아 나는 항아리 수제비, 동행한 ㅅ양과 ㄱ양은 여름메뉴 콩국수를 주문.
겉절이가 작은 항아리에 담겨 깔리는데 겉절이 맛을 보고 일단 안심을 했다. 칼국수와 수제비는 겉절이가 맛의 반을 차지하고, 이게 설탕통에 빠뜨렸다 나온 맛이면 그 집은 더 볼 것도 없는데 아삭하니 적당히 버무려진데다 맛도 칼칼하니 깔끔,.
이쯤에서 기대를 하면서 항아리 수제비가 나오는데 국물이 진짜로 뽀~얗다. 들깨 수제비로 보기에는 색깔이 너무 하얘셔 서빙해주는 사장님에게 -주방은 와이프, 홀은 남편이 맡는 요식업에서 가장 바람직한 구조- 물어보니 콩국물이라고 한다.
날도 덥고 입맛이 없어서 영 비실거리고 있는 상태였는데 바지락을 베이스로 한 진한 콩국물에 끓여나온 수제비는 진짜로 맛있었다. 괜히 있어 보이게 한다고 허접하게 수제비에 이것저것 야채를 넣는 걸 아주 싫어하는 내 취향에 딱 맞게 얇게 썬 감자와 쫄깃한 수제비만 들어 있는 것도 굿~ 양도 엄청 많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보물 찾기를 한 느낌.
콩국수도 한입 얻어먹었는데 마트에서 파는 시판 콩국물과 농도의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 동네 송림이 없어진 이후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콩국수를 먹어봤다. 임대료가 싼 과천이라는 지역적 특색도 있겠지만 가격대비, 맛이며 다 훌륭했다.
이걸 먹겠다고 과천까지 쫓아가지는 않겠지만 과천 근방에 갈 일이 있을 때는 꼭 이 집에서 식사를 하겠음. 과천에서 밥 한끼를 떼워야할 사람에게 적극추천이다. 과천 빙상장에 갈 일이 있으면 애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