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계속 떠들었다시피 (자랑도 아니고 그만 떠들어~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지만. ㅎㅎ) 봄에 위장이 뒤집어진 관계로 카페인을 딱 끊었었다. 위장이 정상이 된 다음부터는 너무 더워서 핫티는 엄두도 못 내고 냉침만 열심히 해서 마시다가 오늘 드디어! 뜨거운 차를 마셔도 될 날씨가 된 걸 기념하면서 뜯어놓고 남만 먹이고 정작 나는 맛도 못 본 베노아 기문을 첫 시음~
몇달만에 즐기는 티타임이라 머그나 티포원이 아니라 제대로 세팅을 해봤다.
노리다케의 젠플라워 시리즈~ 파란색 오란주얼리가 아니라 노란 젠플라워가 땡기는 걸 보니 확실히 여름이 이제 끝나가는 모양이다.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티코지는 교정자분의 선물~ 노리다케나 티포원에 딱 맞는 사이즈인데 얘도 오늘 개시했다. ^^ 이 글을 보실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멀리서 조용히 감사 인사를....
베노아 기문에다가 내가 구운 쿠키들 + 초콜릿이 덮인 건 ㅅ여사가 미국에서 보내준 독일(-_-???) 쿠키. 저번에 베이킹에 버닝했을 때 반죽을 냉동해놓았기 때문에 내키면 조금씩 구워먹어도 되니 당분간은 티푸드가 모자라진 않을듯.
수색은 사진으로 보는 바와 같고, 베노아 기문에 대한 인상은 '화끈하게 기문답다' 로 요약되겠다.
기문을 묘사할 때 흔히 등장하는 탄닌맛이 적어 떪음이 덜하다는 것, 꽃인지 풀인지 복잡미묘한 가벼운 스모키함 등등의 형용사들이 아주 전형적으로 들어 맞는다. 이게 질이 좋은 기문의 특징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좀 교과서적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대장금 수준의 미각과 후각을 가졌음이 분명한 어떤 시음자는 여기에서 야생 장미향이 은은하게 나고 어쩌고 하는데 난 그건 모르겠음. ^^; 어쨌든 굉장히 볼륨있고 풍부한 바디를 가진 홍차라는 것에는 100% 동의.
사실 첫 향이나 첫 맛에 스모키함이 강해서 쿠키 종류의 티푸드는 실수가 아닌가? 아차!하는 느낌도 있었는데 오히려 진해질수록 그런 향기보다는 홍차 특유의 동글동글 부드러운 맛이 강해져서 생각 외로 궁합이 맞았다. 그렇더라도 이 친구는 샌드위치나 식사류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음.
르노뜨르 레스토랑에서 파는 키쉬 파이나 해산물 파이 등을 먹을 때 곁들이면 진짜 잘 어울리고 음식이 쏙쏙 들어가겠다는 생각도 많이 났는데... 불행히도 그 파이류는 식사로만 팔지 베이커리에서는 팔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서 5천원 6천원을 주고 홍차를 마시기에는 진짜로 본전 생각이 심하게 난다는.... ㅠ.ㅠ
사설이 길었는데 간단히 결론 요약. 질 좋고 모범생다운 전형적인 기문 홍차이다. 과자류와도 잘 어울리지만 식사에 곁들이면 좋은 차다. 가격이 그다지 착하지는 않지만 구입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하지만 다 마신 후 재구입은 훨씬 저렴한 가격과 많은 양에 비슷한 퀄리티를 내는 위타드나 다른 브랜드에서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