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점은 내사랑 포도 한송이로 떼우고 늦은 점심으로 그저께 끓여놓은 카레를 먹을까 하다가 어제 달걀이 없어 불발된 달걀 샌드위치로 결정. 본래 어제 계획은 여기에 베이컨까지 들어가지만 베이컨 녹이기가 귀찮아서 그냥 달걀 후라이에 치즈랑 상추만 넣었다. 곁들임 차도 아삼에서 다즐링으로 선회. ^^
Tindhria Estate FTGFOP1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는 예전에 홍차 동호회에서 교환한 홍차로 2회 분량이라 아마 시음기를 올렸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 홍차가 너무 맛있게 우러나서 끄적이기로 했음.
이파리만 한눈에 슥 봐도 골든팁스가 풍부하게 들어가고 파릇파릇하게 살짝 발효된 아주 고급스런 홍차이다. 천천히 우러나는 다즐링의 특성상 조금 이르다 싶게 따른 첫잔의 색깔은 아주 연하다. 그런데 밍밍하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꽤 풍부하니 잘 열린 맛. 감칠맛이 도는 향이 좋은 홍차이다.
제대로 우려낸 둘째잔부터 나는 수색은 오렌지색이다. 태국 홍차에서 보던 특유의 수색이 다즐링에서 나니 좀 희한하긴 했다. 충분히 우러난 홍차의 맛은 동글동글하니 딴딴한 맛. 자극성이 의외일 정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입을 깨끗하게 씻어내주는 개운함이 있다.
세번째 잔도 색깔만 살짝 짙어졌을 뿐 맛에는 거의 변함이 없고 마지막 잔도 그렇다. 굉장히 느릿하게 마시고 있는데도 마지막 우러나는 그 홍차 특유의 씁쓰레한 텁텁함이 전혀 없다. 신기하다는 생각도 살짝 들고... 이래서 다원 홍차를 따지는구나, 돈지X이라고 욕할 것만은 아니다라는 감탄 중.
어떤 방식으로 발효를 시키기에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맛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 해의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 작황이 좋았던 것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중.
교환한 마지막 분량이었으니 아마 얘랑 특별한 인연이 닿지 않는 한은 다시 만나기 힘들겠지만 좋은 홍차를 마셔봤다는 것으로 만족. 다원 홍차를 찾아다니고 힘들게 구매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게 해주는 홍차였다. 그러나 난 그런 열정도 자금력도 없는 관계로 가벼운 마음으로 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