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美女とは何か 로 2001년에 나온 책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정착한?) 중국학자인 장징의 중국과 일본 문화를 비교해서 쓰는 저술 중에 미녀에 관한 내용으로 고대 중국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미녀관의 변화를 문헌, 문학,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같은 시기 일본에서 미의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여인이 아름답다는 숭상을 받았는지 비교하고 있는데 지역과 문화에 따라 미의 기준이 첨예하게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리고 중국의 전형적인 미녀관이랄까, 미녀를 묘사하는 표현이 일본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과 또 일본화되어 버린 것 등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고.
이를 검게 물들이는 습관때문에 중국에서는 미인을 묘사하는 일종의 관용구가 되어버린 단순호치가 일본에서는 절대 사용될 수 없었던 것이며, 풍성한 전통의상 때문에 중국 미녀 몸매의 대명사인 세류요는 움직임을 묘사하는 다른 단어로 대체되는 등의 일본 문학가들의 번안 노력 등은 다른 곳에서 만나지 못한 새로운 정보였다.
자신이 속한 문화권이나 자신이 연구하는 문화권에 대한 이 정도 수준의 연구는 많이 봤지만 두 문화를 역사적으로 주욱 훑어내리면서 이런 수준으로 비교해 논리를 풀어내고 나름의 개념을 정리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이런 저술은 양 문화에 대해 거의 비슷한 정도의 경험과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볼 때 장징이라는 저자의 공력에 감탄하고... 자국 문화를 이 정도로 파악해서 (물론 일본인이 볼 때는 모자라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분석해주는 학자를 가진 일본이 부러웠다.
인용된 많은 문학작품과 함께 다양한 도판들도 책을 편히 읽어나가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개인적으로 자료 확보 차원에서 읽기 시작했지만 그 목적과 상관없이 즐거운 독서였음.
어제부터 고금횡단 한자여행을 읽기 시작했고, 오늘 나의 화장실 문고 '루시퍼' 시작했음. ^^ 찬바람이 부니 책도 슬슬 읽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책/인문(국외)
미녀란 무엇인가 - 중.일 미인의 비교문화사
장징 | 뿌리와이파리 | 2008.7.?-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