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초딩동창 男과 고딩동창 女가 나를 통해 눈이 맞아 결혼을 하면서 중매장이 턱이라고 지난 화요일에 거~하게 한 끼를 대접해줬다.
코엑스 52층에 있어서 정말 죽이는 전망을 가진 곳이라 사진기를 갖고가지 않은 게 천추의 한이다. 로또를 맞거나 누군가 나한테 자진해서 거~하게 사주지 않는 이상 내가 내 돈주고 갈 일은 없을 테니 아마 사진은 영영 없지 싶기는 하다.
여기는 전망으로 모든 걸 용서받게 하는 장소라고 하겠다. 인터 콘티넨털 호텔 로비 라운지의 전망이 강남권에서는 최고라고 생각을 했는데 여기서 보니까 그 인터콘이 장난감처럼 보임. ^^ 날씨도 좋아서 서울 시내까지 다 보이는 죽이는 전망을 완벽하게 즐기고 왔다.
한쪽은 중국식, 한쪽은 지중해식으로 공간을 나눴는데 내가 택한 곳은 지중해식. 예약을 해놓아서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세팅은 백색으로 통일되서 깔끔하니 고급스럽고 예쁘다. 하지만 전망에 비해서 식사의 질은 그냥저냥.
57000원짜리 세트 메뉴를 먹었는데 부가세와 서비스료가 따로 계산되는 곳이니 20%가 더해졌을 거라는 걸 감안하면 진짜 음식의 질에 비해 가격이 바가지다. 인터 콘티넨털에서 운영한다고 해서 나름 괜찮지 않을까 꽤 기대를 했는데 왜 지중해식인지 솔직히 전혀 모르겠음.
가장 먼저 빵이 두 종류 나오는데 하나는 평범한 바게뜨 비슷한 빵, 하나는 두툼한 난이랄까, 아니면 두툼한 또르띠아? 인상대로 그대로 부르자면 두꺼운 밀가루 전병이다. 그걸 발사믹을 넣은 올리브유에 찍어먹도록 세팅해주는데 나쁘지는 않았음.
다음에 나오는 건 샐러드. 특색없이 평범.
그 다음은 렌틸콩 스프. 물주인 내 초딩동창의 코멘트는 뜨거운 두유 같다고 하던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 진하게 제대로 끓여냈고 간도 딱 괜찮았음.
평범한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가 조금 나왔고, 호주산(그래도 호텔인데 믿어야지... 에효호...-_-;) 안심 스테이크가 가니쉬를 곁들여서 나왔다. 그런데 가니쉬가 메뉴판에 있던 것과 달랐음.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여하튼 호텔에서 운영하는 곳쯤 되면 그런 건 사전에 안내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미디움 레어로 주문했는데 미디움에 가까웠다. 그것도 감점요인이었음. 그래도 고기 질은 괜찮아서 어느 정도 용서.
디저트는 크림을 얹은 피낭시에가 나왔고 차는 홍차를 택했는데 홍차야 당연히 우리 집에 있는 것보다 하질이었지만 그래도 립톤 티백이 아닌 것이 어딘지. 그리고 좀 우스웠던 게 딸려나온 설탕은 알 라 페로쉐였다. 설탕에 쓸 돈을 홍차에 투자해주면 안 되는 건가?
가격대비 평범한 식사라 좀 그랬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전망으로 모든 걸 용서. 하지만 저녁은 기본이 10만원에서 출발한다고 하니 작업하려는 사람이 아니면 추천까지는 못하겠다. 반대편 방향은 중국 음식점인데 거기도 비싸면서 양이 허벌나게 적다고 한다. 싼 코스를 시키면 배가 고프다는 경험담을 초딩동창남이 들려줬음. 그리고 전망도 지중해식 레스토랑이 있는 쪽이 훨씬 낫다고 한다. 중국식에 앉으면 타워 팰리스만 하염없이 바라봐야 한다고 함. ^^
근데 걔가 전에 왔을 때 그 지중해식 레스토랑 창가쪽 자리 전체를 예약한 돌잔치를 저녁에 하고 있었다던데 도대체 그 사람들은 얼마나 부자이기에 그게 가능할까? 나로선 상상이 안됨.
[#M_뻘...|less..|이 글을 쓰다 생각났는데.... 오래 전에 날 잠시 쫓아다니던 (<-- 이건 진짜 하늘에 맹세코 다른 단어를 쓸 수가 없다.) 남자가 크리스마스 이브날 코엑스 꼭대기에 경치 죽이는 곳에 창가 자리 예약해 놨다고 꼭 가자고 했었는데 거기가 여기였던 것 같다. 잘 해 볼 마음도 없는데 뜯어먹기 미안하고 귀찮아서 안 간다고 했었는데 한번 가볼걸 그랬다는 생각이 뒤늦게 드는군. 여기서 야경을 볼 날이 내 평생에 있기 힘들텐데... 아까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