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골절로 수술하신 외할머니 병문안드리러 부산에 가는 길에 기차에서 읽은 책이다. 돌아와서 그날 간단한 감상문을 남기고 있었는데 망할 티스토리가 오류를 내는 통에 반쯤 쓰던 글이 날아가버려 허탈해져서 잠시 포기. 기억 자체가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간단히라도 끄적여야할 것 같아서 앉았다.
저자가 한국 음식의 역사에 대해 굉장히 내공이 깊고 또 중국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한중일 삼국의 음식에 대한 비교가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당황. 평소 저자의 글쓰기에 비해 아주 넓게 범위를 잡아 그야말로 세계의 음식을 겉핥기로나마 훑으면서 한국 음식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음식이 역사의 부침과 다른 세계와의 접촉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어 왔고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조상때부터 대대로 내려온 한국 음식의 상당수가 기껏해야 100년 200년 정도라는 것을 세세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면서 밝혀낸다.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가설을 좋아하지만 학문의 범주에 드는 사실은 엄격한 증거 제일주의인 내겐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구성이기도 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범위를 넓게 잡다보니 이 작가 특유의 세세하고 깊은 내용보다는 넓고 얇게 훑는 내용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2000년에 나온 책이다보니 8년 사이에 눈부시게 변화한 사회상이 반영이 되지 않아서 2008년에 보기에는 군데군데 시대와 맞지 않고 낡았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연구며 할 일이 많겠지만 슬슬 준비를 해서 개정판을 내줘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주영하씨는 김치, 한국인의 먹거리때부터 내가 믿고 따르는(? ^^) 인문학 저자 중 하나인데 이 책은 꽤 오랫동안 찜바구니에 있다가 구입을 했다. 우리 집에 와서도 한참을 책장에서 전시만 되어 있었는데 일단 오래 묵은 숙제를 해치운 느낌이라 게운하다.
책/인문(국내)
음식전쟁 문화전쟁
주영하 | 사계절출판사 | 2008.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