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회의 끝나고 비싼 일식집에서 비싼 회를 배터지게 먹고 배탈이 나서 죽다 살았다.
마감만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골골하고 있었겠지만 역시나 무서운 밥벌이님 때문에 일어나 마감을 막아놓고 나니 그럭저럭 살만해졌음. 3시에 또 회의가 있는데 누우면 퍼질 것 같아서 시간 보내기 포스팅.
매번 아플 때마다 겪는거지만 새삼스럽게 신기한 것이 우리 뽀삐. 쟤는 사람의 감정이나 몸 컨디션에 대한 센서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동생이 휴가로 한국에 오면 걔한테 찹쌀떡이 되는 애인데 내가 어제 아파서 드러누워 있으니 내 방에 부시시 나타나더니 나랑 함께 자다가 아침에 사라졌음. 꼭 아픈 사람한테 가서 옆에 지키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밥 주는 보람을 느끼게 됨. 여하튼 감동이었다.
다만 이렇게 적당히 살만하게 아플 때는 감동인데 진짜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을 때 나타나서 올려라 내려라 하고 또 옆에 달라붙어 있으면 그건 엄청 귀찮고 짜증남. ㅎㅎ; 인간이 이렇게 간사하다.
2. 아끼는 후배 ㄷ군이 회사에 사표 내고 다음 달에 태국으로 간다고 선언. -_-;;; 추석 연휴 때 태국으로 휴가 간다기에 그런가보다 했더니 아마도 사전 조사차 갔던 모양이다.
여기 있어봤자 나라꼴 돌아가는거 보면 스트래스만 받고 여기서는 비전도 안보인다고 거기서 IT랑 저작권 관련 일 하면서 살 길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이메가 되면 이민간다고 열변 토하던 사람들은 선거 전부터 많이 듣고 봤는데... 어떻게 그 소리 열나게 하던 사람들은 멀쩡히 사는구만 아무 말없던 인간들이 뜨냐.
다들 참 용감하고 과감하다는 감탄을 하면서도... 마음이 그렇다.
하와이로 뜨신 오라버님은 그냥 뜨나보다~ 했는데 얘가 뜬다는 소리에는 앞날이 막막. 네가 가면 내 컴퓨터는 어떻게 하냐. ;ㅁ; 고장만 나면 시시때때로 불러서 수리를 시키고 문제만 생기면 전화를 했는데. 정말 이놈의 이메가가 내 생활 곳곳에 말로 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10월 말에 간다는데 그 전에 밥이나 한번 사주고 내 컴퓨터 전체 점검을 시켜야겠다. 정말... 이제 진짜로 컴퓨터 고장나면 난 죽었다. ㅠ.ㅠ
3. 내가 중학생 때던가 초딩 때던가 재개발에 혹해 반쯤 속아서 부친이 구입해놨던 다 쓰러져 가는 집이 드디어 몇년 전 재개발에 들어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준공을 앞두고 입주자 사전 검사를 하라고 초대장이 와서 부친 심부름으로 일요일에 가봤음.
겉보기는 진짜 휘황찬란하다. 로비도 완전 호텔 같고 조경도 죽이고 완전 삐까뻔적. 그런데 집을 들어가보고는... 주상복합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 평소 지론을 완전히 재정립 및 재확인.
분양평수는 50평대인데 실평수는 30평대나 되려나? 쓸데없는 공간이 너무 많은데다 방도 작고 거실도 작고 파티션이나 분리도 없이 거실과 그대로 이어져있는 주방. 우리 부친처럼 음식냄새 풍기는 거에 민감한 아버지나 남편을 데리고 사는 여자에게는 악몽의 구조다. 종일 환풍기 돌려야 하고 창도 활짝 여는 게 아니라 개폐식 구조라 에어컨 틀지 않으면 쪄죽기 딱 좋은... 공짜로 살라고 집을 줘도 관리비 낼 능력이 없어서 못 살겠다.
그리고 냉장고 들어갈 자리가 비어있길래 나오다 그 자리에 맞는 빌트인 냉장고 가격을 물어봤더니 750만원. @0@ 하느님 이게 진짜 냉장고 가격입니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와이드형으로 최신형에 가장 최고급 기종이고 무슨 기능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가격에 이미 기절해서 한마디도 안 들어오더라. 우리 집에 있는 가전제품 가격을 모두 합쳐도 그 냉장고 하나만도 못하단 소리? 사는 사람이 있으니 만들어 팔겠지만 진짜 아스트랄한 세계다. 한국에 부자가 진짜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ㅎㅎ;
이 운동장 같은 현관... 방이 하나 더 나오겠다. AC ㅈㅈ
그리고 명품 아파트 어쩌고 하면서 아무리 이름을 근사하게 붙이고 체질개선을 외쳐도 부실과 날림 시공의 대명사였던 현대의 고질병은 그대로라는 것도 재확인.
엄청 꼼꼼한 스타일도 아니고 진짜 설렁설렁인 내 눈에도 하자가 끝도 없이 잡힌다. 대충 체크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눈에 계속 보이니 떠나지를 못하고 공기도 안좋은 집에서 2시간 넘게 체크 또 체크. 그리고 목이 너무 아파서 집에 와서 그대로 뻗어버렸다.
까맣게 적은 체크리스트를 데스트에 넘겨주니 그 여자 표정이 어지간히 까탈을 떤다던데... 다른 건 까탈이라고 쳐도, 어떻게 마루 끝마무리가 안 되서 5밀리 정도 뜰 수가 있고, 바닥 몰딩이 마루에서 곳곳에서 떠있을 수가 있냐. 그건 정말 기본 중에 기본 아닌가? 이런 부실을 당연하게 아는 회사 CEO였던 인간이 대통령이니 나라 꼴이 모양이지... 라는 불평까지 또 연결되어 버렸음. 이것도 이메가 때문? ㅋㅋ
주상복합에 살아볼 꿈에 부풀어계시던 부친이 거기로 이사가자고 할까봐 무지 떨었는데 다행히 집을 한번 보고 오시더니 우리가 살 곳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신듯. 그동안 주상복합에 이사 가신 다른 친구분들의 젊은 애들은 몰라도 살 곳 못된다는 경험담도 작용을 한 것 같다. 다행이지.
다른건 아쉽지 않지만 죽이는 전망과 방마다 딸린 드레스룸은 쫌 부러웠음. 그리고 뽀삐가 산책하기 좋은 공원같은 근사한 조경도. 아, 욕실의 지쿠지도. ㅋㅋ
준공검사 끝나면 친구들과 와인 갖고 가서 지쿠지에서 목욕하고 야경 구경하면서 파뤼~나 한번 해야겠다.
거실 창의 조망. 반대편 방에서는 한강이 보인다. 야경이 진짜 멋있을 것 같다.
이 집 재개발이 시작되면서부터 시작된 돈넣기는 준공검사가 되는 다음달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빚지지 않으려고 우리 부친 허리가 정말 휘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이것 때문에 은퇴를 못하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음.
준공검사장 입구에 은행들이 줄줄이 부스 만들어서 대출 상담하고 있던데 이 지역에서 자기 집을 갖고 살던 원주민 중에 과연 몇명이나 이 아파트에 입주를 할까? '헌집 줄께 새집 다오'는 두껍아두껍아라는 노래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뉴타운이나 재개발 꿈에 부푼 사람들이 좀 알아야 할 텐데. 산수를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하긴... 새 아파트가 아니라 보상금이 목적이라면 뭐 그 산수는 이해할 수 있겠음. 그 보상금으로 서울에서 어디로 갈지는 궁금하지만.....
4. 금이랑 유로는 너무 올라서 감당도 못하겠고 그나마 아직은 만만한 달러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제 수입업 하시는 분이랑 잠깐 외환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외환 동향에 제일 민감한 업종에 계시는 분이라 여쭤봤더니 엔화와 달러 모두 1300대까지 예상을 하고 계신다. 그리고 이분도 나한테 외환예금이고 뭐고 다 닥치고 그냥 집 장농에다가 감춰놓라고 말씀하심. 나라 꼴이 도대체.... -_-;;;
적금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여윳돈은 매달 외화에 투자하겠다고 결심한 내 친구 ㅂ양은 지난달에 3천불 샀는데 바로 며칠만에 16만원 이익봤고... 어제 환율로 따지면 거의 4-50만원 벌었군. 근데 이렇게 계속 올라서 과연 매입이 가능이나 할까?
유로가 잠깐 미쳐서 내려갔을 때 샀었어야 했는데... 뭐 그때는 실탄이 없었으니. 그렇다고 빚지고 사는 건 말도 안 되고. 반복되는 얘기지만 돈 있는 사람들에게 자석처럼 돈이 꼬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