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만에 홍대에 갈 일이 있어서 가는 김에 홍대의 맛집을 들러주자는 생각으로 검색을 했더니 프리모 바치오 바치라는 파스타집이 추천목록의 맨 위에 오르고 또 메뉴판 닷컴에서 샐러드 쿠폰도 주길래 여기로 낙점.
동생이랑 볼일을 본 뒤 길치인 나 때문에 가까운 곳에 두고 엄청 헤매주고 구박을 배터지게 먹고 난 다음, 이번에는 마포 도서관이 아니라 교육관으로 써있는 건물 때문에 또 한번 헤매주고 겨우 찾아갔다.
보통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둥 어쩌고 해서 무지 긴장했는데 1시 반이라는 시간대 때문인지 15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고 해서 얌전히 대기. 좀 기다리다 자리가 나서 위층으로 갔다.
나는 빵에 들어있다는 매콤한 크림 파스타인 빠네, 동생은 반달모양 피자 (대형만두를 연상하면 됨)인 깔쪼네와 자몽 에이드를 주문. 그리고 쿠폰으로 샐러드를 주문했다.
파스타와 함꼐 나오는 여기 빵이 무지하게 맛있다고 칭송이 자자해서 기대를 했는데 이건 그저 그런 정도도 아닌 평범 이하. 구워놓은 빵을 덥혀서 나오는 것 같은데 제대로 덥혀지지 않아 위만 살짝 따끈하고 아래는 축축하다. -_-; 제대로 뜨거웠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설탕 시럽을 살짝 뿌려서 구운 것 같은데 그 조화롭지 못한 단맛과 마늘 소스의 짠맛은 완전 에러였음.
빵이 완전 꽝이었던 걸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괜찮았다.
샐러드의 야채는 별로 고급스럽지 않지만 6천원이라는 가격에 (더구나 난 공짜) 깔끔한 드레싱을 뿌린 신선한 양상추 샐러드를 먹을 수 있으니 불만을 가질 수 없음.
8천원인 깔쪼네는 그냥 평범한 맛. 딱 그 가격대에 합당한 맛이라고 하겠다. 만원짜리 빠네는 오! 굿~ 역시 한 가게의 대표음식은 그 이유가 있다. 크림 소스 파스타가 느끼하기 쉬운데 매콤한 맛이 가미되어 아주 은은하니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파스타를 담은 빵의 속을 파내서 살짝 구워서 나온 것도 좋았고. 솔직히 맛있다고 칭송하는 여기의 마늘빵인지 뭔지보다 이게 훨씬 나았다.
자몽에이드는 진짜 자몽을 갈아서 그 과즙과 사이다를 섞은 것 같다. 자몽즙을 듬뿍 섞은 달지 않은 맛. 생과즙이 아니라 자몽주스를 썼다면 좋은 걸 썼을듯. ^^
괜찮은 음식맛과 함께 특히 칭찬해주고 싶은 건 종업원들. 동생과 내 자리가 아주 구석탱이였는데도 물이 떨어질 즈음이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물잔을 채워주는 것에 살짝 감동. 이 정도 가격대의 파스타집에서 만나기 힘든 세심한 서비스다.
요즘 워낙 맛있는 파스타집이 많아서 엄청나게 맛있다는 칭찬을 듣고 가도 그냥 괜찮다 내지 평범하다인데 이 가게는 가격대비로 맛과 서비스를 따지면 확실히 상위권에 랭크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것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별 맛도 없는 파스타에 2만원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을 지불한 적이 워낙에 많은 고로...
우리 생활반경이 아니라서 굳이 여기 파스타를 먹으러 찾아가지는 않겠지만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할 경우에는 주저없이 추천하겠음. 그런데 여기는 예약이 안된다는 걸 감안하길~
우리 옆 테이블에 앉은 두 아가씨는 무거운 데세랄을 들고 계속 셔터를 누르고 있던데... 명색이 음식 포스팅이면서 사진 한장 안 올리려니 좀 허전하긴 하군. 하지만... 사진 때문에 음식이 식는 건 용서할 수 없다는 주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