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백만년만에 대학로에 나갔다가 전철역 옆에 있는 크리스피 크림에서 살이 팍팍 찌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사온 기념으로 오후에 티타임을 가졌다. 머리가 찌릿찌릿하게 단 오리지널 글레이즈와 코코넛과 초콜릿이 코팅된 도넛 두개를 혼자 한 자리에서 해치우면서 곁들인 것이 리퍼블릭의 바닐라 아몬드.
예전에 교환했던 홍차인데 3번 정도 마실 분량인 것 같다. 연일 이어지는 마감과 회의에 지쳐 티포원을 꺼내기도 귀찮고 그냥 필터 머그에 우리기로 결정. 뜨겁게 덥힌 머그에 찻잎이 든 필터를 넣고 3분 정도 우렸다.
크리스피 크림에 가향차라니 좀 에러이지 않을까 했는데 이름과 달리 바닐라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아몬드 향을 뿌린 커피처럼 아주 은은하고 가볍게 아몬드 향기만 살짝 난다. 가향홍차의 느낌보다는 그냥 홍차에 아몬드를 몇알 집어넣고 우려낸 것처럼 아주아주 가볍게 스쳐가는 분위기. 일본 브랜드 스타일의 강렬한 가향차를 선호하는 사람은 실망할 수 있겠지만 나처럼 홍차 특유의 풍미가 강한 걸 더 즐기는 사람에게는 좋은 느낌이었다.
목넘김도 부드럽고 도넛의 지독하게 단 맛도 잘 씻어주고. 나름대로 성공적인 선택이었음. 바닐라 향이 물씬 풍기는 홍차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비추. 대장금 정도가 되면 몰라도 아몬드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마시면서 바닐라 홍차가 어울리는 계절이 돌아오고 있구나를 실감. 좀 더 서늘해지면 트와이닝의 바닐라 홍차를 개봉해야겠다. 겨울은 역시 계피와 바닐라가... ^ㅠ^
설록명차 세작.
이건 ㄱ양에 선물받은 것. 집에 선물 들어왔는데 아무도 안 마셔서 X 될 것 같다고 나한테 버려(? ^^)줬다. 감사하게 접수해 집으로 가져와 작년에 산 우전을 다 마시자마자 개봉. 태평양 설록차 티백은 많이 마셔봤지만 여기 잎차는 처음이다.
마신 소감은, 태평양 설록차 팀에서 사람들이 자기들 브랜드는 티백만 마셔보고 무조건 싸구려로 취급한다고 억울해 하는 게 조금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
싸게 구입하는 기회와 선물 등등으로 작년부터 입맛이 능력 이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바람에 우전만 줄기차게 마셔왔지만 사실 세작도 좋은 녹차이다. 그 잊고 있었던, 우전과 또 다른 세작의 맛을 되살려주는 맛이었다. 파릇파릇 신선하고 야들야들한 우전과 달리 조금은 묵직하고 구수하면서 무게감이 있는 맛과 향. 수색도 좀 더 푸르고 박력이 있다고 해야할까? 차 포장지에 붙어있는 설명 그대로 감칠맛이 도는 훌륭한 녹차였다. 두어번 연달아 우려도 처음 것과 마찬가지의 풍미를 보여준다는 것도 점수를 보태게 해줬음.
특이한 건 녹차치고는 좀 희한할 정도로 수렴성이 강해 녹차를 두잔 가득 마시고 물을 여러번 따로 더 마셨다.
40그램 짜리 두봉지가 밀봉되어 있는데 한봉지는 출근 직후 맛있는 녹차 한잔으로 하루를 여는 부친이 회사로 가져가셨고 한봉지는 집에서 알뜰하게 마셔주고 있음.
요즘 녹차에 버닝하신다는 모님, 맛 볼만큼 조금 덜어서 보내던가 만날 때 드릴게요~ 예기치 않게 부친이 반을 가져간 바람에 많이는 못 줘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