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화장실 문고 악의 역사 3권 루시퍼를 끝냈다.
앞서 시리즈 두권보다 내용도 재미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훨씬 쉽게 읽어나갔지만 이건 2권짜리로 나눠도 됐을 정도로 살인적인 두께를 자랑하다보니 두달을 훌쩍 넘겨 버렸다.
그리고... 사실 픽션에 비해 이런 인문서적은 아무래도 흥미나 집중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앞서 아발론 연대기나 그 전에 서유기 때는 책을 놓기 싫어 볼일이 다 끝나고 화장실에 죽치고 앉았는데 얘는 그러는 일이 절대 없음. 바른 습관을 위해서는 화장실에 재미있는 책을 갖다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슬슬 하고 있음. ㅎㅎ;
각설하고. 그나마 내가 사는 시대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앞의 두권, 데블과 사탄보다는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미가 있다. 철학적인 교부들의 이야기며 다양한 악에 대한 개념 설명이 주였던 앞서 책들에 비해 이 '루시퍼'는 훨씬 더 문학적이고 풍속이나 사회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얘기들이 많아 더 친숙했다.
일반인들에게는 막연한 공포였고, 신학자나 철학자 교부들에게는 꼭 풀어야 하는 모순인 이 '악'이라는 존재가 음습하고 어두운 괴물에서 좀 더 구체화된 모습으로 세상 밖으로 나와 이제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익살맞은 실패자의 모습으로, 때로는 매혹적이고 무시무시한 냉혹으로 무시무시한 악마들을 거느리는 지옥의 제왕으로서 루시퍼의 모습은 내게는 상당히 친숙하게 다가온다.
루시퍼라는 왕을 중심으로 사탄, 베일제불 등등 온갖 악마들이 하느님을 둘러싼 천사들처럼 위계를 이뤄 하나의 군단으로 형성이 된 것도 중세부터였다는 걸 알게 되는 성과도 있었고. 빠지지 않는 마녀 사냥이며 악마 숭배에 대한 기독교(개신교 아님)의 뿌리 깊은 박해의 역사도 발견하게 된다.
악이라는 개념이 사회와 정치에까지 드디어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시대. 여전히 어렵고 이해못할 부분들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중세의 악에 대한 재미있는 정리였다.
오늘부터 마지막 권 메피스토 펠레스를 시작했다. 근대부터 현대까지 악에 대한 정리라는데 지금까지 읽어온 추세로 보면 4권이 제일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두께는 루시퍼보다 더 두껍다. 올해 안에 다 읽을 수 있을까???
책/인문(국외)
루시퍼 - 악의 역사 3, 중세의 악마
제프리 버튼 러셀 | 르네상스 | 2008.8.27~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