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할 때부터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조금씩 잦아드는 시간에 그랑 쁠라스로 가기 위해 나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초행길에 낯선 곳에 갈 때는 좋은 여행 안내서의 도움이 아주아주 필수적이다. 파리나 런던처럼 관광 안내가 잘 된 고장은 좀 덜하지만 브뤼셀처럼 관광지도도 돈 받고 팔고, 그나마도 별로 자세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그 중요성은 말로 할 수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최악의 여행 안내서를 가져간 덕분에 딱 한나절 머무는 빡빡한 일정의 브뤼셀에서 엄청 헤맸다. 만화 박물관에서 우리가 가려는 그랑 쁠라스까지는 15분 정도면 충분히 걸어가고도 남는 건데 전철을 타고 빙빙 도는 등 온갖 삽질이 이어졌음. 일주일에서 열흘 이상 여행을 가면 중간에 한번 컨디션이 팍 떨어지는 날이 있는데 마침 딱 그런 타이밍이기까지 해서 좀 멍하니 고생을 했다.
이날 제정신이었으면 내가 사온 초콜릿의 규모가 달랐을듯. ㅎㅎ
만화 박물관을 나와 거리로~
중심가인에도 좀 한산다하달까...
날씨운이 굉장히 좋은 편인데 이때는 영국에서도 비를 하루 만났고 이날도...
유럽에 와서 이렇게 비를 많이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얘기하면 유럽 주재원이나 유학생 친구들이 나를 죽이려고 들겠지. ㅎㅎ;;;
만화 박물관에서 걸어나와 시내쪽으로 올라오면 있는 생 미셸 성당.
이 근처를 지나갈 때 마침 정오였는지 삼종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종루 바로 아래에서 들으면 엄청난 소음이겠지만 음정에 맞춰 화음을 내는 것 같은 (그랬던 것 같은 기억이... ^^ 시간이 너무 흘러서 장담 못함) 종소리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걸어갔던 것 같다.
저 골목 뒤에 보이는 첨탑 같은 것이 그랑 플라스.
저 사잇길로 가면 된다는 걸 모르고 헤매다가 결국 전철까지 탔다. ㅠ.ㅠ
다행히 브뤼셀의 전철 노선은 딱 한 라인 뿐이라서 덜 헤맸지 아니었다면 진짜 고생했을 듯.
시청이 생 미셸 성당 바로 옆에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정말 볼 것 하나도 없는 데는 엄청난 것처럼 묘사해놓고, 정작 중요한 곳의 정보는 없다시피 내지 절대 찾아갈 수 없도록 써놓은 그 이*유럽인지 뭔지 쓴 인간과 출판사의 목을 들고 짤짤이를 해주고 싶었음. -_-;;;
나중에 알고 보니 가까운 그랑 쁠라스를 두고 엄청 먼 곳에 내려서 헤매다 밥 먹은 곳.
우리 셋 다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는 주의라서 일단 점심부터 먹자~ 그러고 적당한 곳을 물색하다가 그래도 호텔이니 영어도 통하고 기본은 하겠지~ 하고 들어갔다. 그리고 한국이건 외국이건 모르는 곳에서 밥집 고를 때는 무조건 사람이 복작거리는 곳에 들어가야 한다는 진리도 이 집을 고르는데 작용을 했음,
언제 마셔보랴 싶어서 메뉴판에서 보고 한번도 보지 않은 걸 골랐다.
근데 정말 훌륭~
핀트가 좀 나가긴 했는데 맥주잔 바로 뒤에 보이는 저 작은 그릇에 담긴 건 맥주 안주.
맛있다. ^ㅠ^
다음에 가면 새로운 것도 시도하겠지만 또 마시고 싶다.
동생은 술 마시면 뻗을 것 같다고 페리에를 시켰음.
연어 샐러드와 빵.
진짜 간단하고 무난한 음식인데... 환상적인 맛.
똑같은 재료로 버무리는 똑같은 샐러드인데도 영국과는 왜 이렇게 맛의 차이가 나는지 진짜 불가사의.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가 영국을 떠나왔다는 걸 실감했다. ㅋㅋ
레스토랑 내부.
밥을 먹고 기운을 내서 또 다시 전철을 타고 (아까운 내 돈. ㅠ.ㅠ) 이번엔 진짜로 제대로 된 역에 내렸다.
초콜릿 거리라는 별명을 들어서 초콜릿 가게가 많나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전철에서 나오니 지하부터 초콜릿 향기가 물씬물씬.
이때부터 엄청 행복해지기 시작했음. ^^
그랑 쁠라스에서 가장 먼저 찾아갈 초콜릿 박물관을 향해 고~고~
가는 길에 만난 건물들과 가게들.
초콜릿 박물관.
이 역시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브뤼셀에 있는 건 개인이 운영하는 진짜 작고 크게 볼 것 없는 거고 진짜 초콜릿 박물관은 브뤼헤에 있다고 한다.
이* 유럽을 쓴 사람들이 이 박물관에 돈을 먹었거나 대충 주워들은 걸로 이건가벼~하고 쓴 게 확실함.
그렇지 않고서는 만화 박물관은 아예 빠져있고 이 박물관이 브뤼셀에서 꼭 방문해야할 명소로 추천된 건 설명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