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기 | 아침이슬 | 2008.12.?-19
이것도 예상과 달리 시간을 좀 끌면서 읽었다.
이유는 일단 용재총화나 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류의, 시마 혹은 시귀에 얽힌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쯤으로 기대를 하고 시작한 내 쪽에 문제가 있다. 이 책 안에는 내가 기대했던 그런 류의 전설 따라 삼천리 이야기들이 군데군제 섞여있기는 하지만 일종의 문학 이론서로 보인다.
고려부터 조선까지. 과거제와 함께 지식인층의 필수 교양이 된 한시가 그들의 생활에 얼마만큼 깊이 파고 들어 있었고 또 그것이 시마(詩魔)라는 귀신이나 마귀의 형태로까지 관념화되어 함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규보를 비롯해서 우리가 잘 아는 이율곡, 허균 등등 조선의 문장가들까지 다 끌어가면서 시마라는 주제에 따라 조선의 한시를 살펴봐주는 것 같다.
이렇게 막연하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은 사실을 위주로 하면서도 상당히 관념적이다. 명확한 사실이나 개념을 교통정리하는 건 그럭저럭 하지만 이런 이론이나 관념 같은 형이상학적인 세계로 들어가면 몽롱해지는 하급 이해 체계를 가진 나 같은 인간으로서는 '시마'라는 걸 형상화해서 친구처럼 느끼고 은근히 자랑할 만큼 시라는 것이 당시 사람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생활의 일부분이었구나 정도를 깨닫는 게 한계인 것 같다.
나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건 '시마'라는 이 존재가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율성을 허용하고 느슨했던 고려 때는 나름대로 접수가 가능한 존재였다가 경직되어 한정된 틀 안에서만 생활하고 생각할 것을 요구하는 조선 중기로 와서는 극악무도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되는 걸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전혀 구분을 하지 않고 있었던 시마와 시귀(詩鬼)의 차이가, 시마는 내재된 것이고 시귀는 외부에서 오는 일종의 강신이라는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게 개인적인 수확이라면 수확.
한문학을 지금 내가 소설을 보는 것처럼 당연하게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었던 고려와 조선 선비들이 바라봤던 그 시절의 작품활동이나 작품관의 단면을 보는 나름의 즐거움은 있었다. 그러나 역시 관념은 내게 어렵다는 사실을 재확인.
글 팔아 먹고사는 입장에서 시마는 내게도 좀 와주면 좋겠지만 함께 다닌다는 궁귀, 수마 등등의 다섯 친구들은 달갑잖은 관계로 시마도 사양해야 할듯. ^^
이유는 일단 용재총화나 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류의, 시마 혹은 시귀에 얽힌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쯤으로 기대를 하고 시작한 내 쪽에 문제가 있다. 이 책 안에는 내가 기대했던 그런 류의 전설 따라 삼천리 이야기들이 군데군제 섞여있기는 하지만 일종의 문학 이론서로 보인다.
고려부터 조선까지. 과거제와 함께 지식인층의 필수 교양이 된 한시가 그들의 생활에 얼마만큼 깊이 파고 들어 있었고 또 그것이 시마(詩魔)라는 귀신이나 마귀의 형태로까지 관념화되어 함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규보를 비롯해서 우리가 잘 아는 이율곡, 허균 등등 조선의 문장가들까지 다 끌어가면서 시마라는 주제에 따라 조선의 한시를 살펴봐주는 것 같다.
이렇게 막연하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은 사실을 위주로 하면서도 상당히 관념적이다. 명확한 사실이나 개념을 교통정리하는 건 그럭저럭 하지만 이런 이론이나 관념 같은 형이상학적인 세계로 들어가면 몽롱해지는 하급 이해 체계를 가진 나 같은 인간으로서는 '시마'라는 걸 형상화해서 친구처럼 느끼고 은근히 자랑할 만큼 시라는 것이 당시 사람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생활의 일부분이었구나 정도를 깨닫는 게 한계인 것 같다.
나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건 '시마'라는 이 존재가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율성을 허용하고 느슨했던 고려 때는 나름대로 접수가 가능한 존재였다가 경직되어 한정된 틀 안에서만 생활하고 생각할 것을 요구하는 조선 중기로 와서는 극악무도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되는 걸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전혀 구분을 하지 않고 있었던 시마와 시귀(詩鬼)의 차이가, 시마는 내재된 것이고 시귀는 외부에서 오는 일종의 강신이라는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게 개인적인 수확이라면 수확.
한문학을 지금 내가 소설을 보는 것처럼 당연하게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었던 고려와 조선 선비들이 바라봤던 그 시절의 작품활동이나 작품관의 단면을 보는 나름의 즐거움은 있었다. 그러나 역시 관념은 내게 어렵다는 사실을 재확인.
글 팔아 먹고사는 입장에서 시마는 내게도 좀 와주면 좋겠지만 함께 다닌다는 궁귀, 수마 등등의 다섯 친구들은 달갑잖은 관계로 시마도 사양해야 할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