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니 어쩌니 난리를 쳐도 아직 한국 사회에는 필요한 요건인 모양이다.
방금... 참 대답하기 곤란한 전화를 받았다.
모 대학에서 교수 임용이 있는데 내가 아는 두명이 최종 후보에 올라간 모양.
한명은 그냥 안면만 있는 사이고 다른 한명은 몇년 동안 실내악도 같이 한, 서로 생활이나 사고 방식이 너무 많이 달라서 친구라고까지 할 수 없지만 꽤 많이 안다고 할 수 있는 사이.
전화를 한 건 오케스트라 때 알게 된 친구. 그 대학에 일찌감치 자리잡은 얘 남편이 이번 임용에 결정타를 쥔 사람 중 하나인데 도토리 키재기로 고만고만한 두명이 남으니 뒷조사를 시작한 모양.
여기저기를 통해 대충 파악은 끝나고 최후 확인차 전화를 한 모양인데 거짓말을 하기도 우습고, 그렇다고 알고 있는 사실을 시시콜콜 전하자니 괜히 훼방놓는 것 같기도 하고. 영 기분이 거시기하다.
예, 아니오로만 대답 해주다가 결국 실력과 사생활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냐고 마무리를 했는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얘에 비해서 타의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한 다른 한명에게 추가 기우는 느낌이다. 만약 임용에서 떨어진다면 그 방정치 못한 사생활이 결정적인 이유가 될 모양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유학 시절에도 유명했던 그 분방함에 대해서는 익히 전해 들었고, 가끔 나와 교차되는 소위 노는 그룹에서도 걔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 감출 순 없겠지만... 좀 적당히 놀지.
비판자가 아니라 나처럼 방관자 입장에 선 선배 언니와 언젠가 얘기했었는데... 얘는 땅을 잘못 골라 나온 듯. 미국이나 유럽, 멀리갈 것 없이 일본만 되었어도 아무 문제없을 사생활이 이렇게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걸림돌이 되는군.
그러고 보면 한국 사회는 참 이중적이다. 얘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으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됐을까? 같이 어울리거나 더 한 수컷들은 나쁜 소문도 돌지 않고 다 문제없더구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