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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용산 참사

by choco 2009. 1. 20.

오전에 회의 갔다 왔더니 이 소식으로 홀라당 뒤집혀 있다.

철거민 사망 관련기사 1

철거민 사망 관련기사 2

참사라고 밖에는 다른 표현을 찾을 수가 없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스피커 소리에 시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왕이면 서로서로 잘 타협점을 찾아서 해결되길 바랐던 입장에서는..... 참 마음이 아프다고 할 밖에. 

순직한 경찰관도 안 됐고 거기까지 내몰려 죽은 철거민 4분도 안 됐고....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소리가 이보다 더 잘 맞는 경우가 있을까.  빨갱이에 화염병까지.  이번 정권 들어서 부활한 80년대 단어가 도대체 몇개인지 이제는 세지도 못하겠다.

앞으로 어떻게 평가가 바뀔지 모르겠지만 소위 정치권에 발을 들이민 사람들 중에 내가 유일무이하게 '존경'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사람이 고건씨이다.  곁도 속도 잘 보이지 않는 이 사람을 내가 좋아하게 된 것은 인터뷰 때 나왔던 철거민이나 시위 관련 내용이었다.

고건씨가 시장을 하던 당시에 명동을 비롯해서 노점상을 서울에서 싹 없앴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도 철거가 여기저기서 많이 이뤄졌었다.  여기에 대해 좀 삐딱했던 나는 질문에 스리슬쩍 그 관련 내용을 끼워넣었는데 정답이 절대 나올 수 없는 그 문제에 대한 그의 답변은 -적어도 내게는- 납득이 갔다.

꽤 오래 전의 기억이고 당시 녹취록은 갖고 있지 않은 관계로 소소한 내용은 날아갔지만 너무나 인상이 깊었기에 지금까지도 정확히 기억하는 요점을 옮기자면...

가능하면 대화로 해결을 해야겠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강제력이 동원될 때는 반드시 저쪽보다 2배수의 훈련된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극렬한 저항이 있어도 이쪽이 흥분하지 않고 양쪽 다 다치는 사람 없이 해결할 수 있다."  <-- 한밤중에 동대문 운동장에 깡패 동원해서 노점상 두드려패고 입 딱 씻은 현재 서울시의 누구와 너무나 비교되는 마인드.  그러고도 대통령 나오겠다고?  표는 주지 않았지만 잠시나마 좋은 이미지를 가졌던 내가 지금도 창피하다.

"겨울에 철거 작업은 곧바로 생존이 위협받는 행위이다.  그래서 철거를 할 경우에는 절대 겨울에는 하지 않도록 했는데 이후에 서울시에서는 이 원칙이 자리 잡았다."  <-- 정말 고건씨 이후부터 이 원칙이 시작되어 자리 잡았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겨울에는 철거를 하지 않는다는 이 원칙이 지금 청기와집에 있는 어느 인간이 서울시에 있을 때부터 깨졌다는 건 확실히 기억한다.  바로 길 건너편에서 한겨울에 난리나는 거 보고 내가 열받아 쓴 글이 이전 블로그에 아직도 살아 있으니까.


물론 고건 씨의 저 말도 전형적인 보수 우파의 논리다.  진보주의나 사회주의자들 입장에서 볼 때는 오히려 위해주는 척 하는 더 지독한 악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겨울이 아니라 다른 계절이더라도 철거민들에게는 철거 자체가 생존의 문제니까.  하지만 사람이 다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최소한의 숨 쉴 구멍은 주면서 몰아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압력밥솥의 압력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아 두렵다. 

한 분이 순직한 바람에 초상집일 경찰을 까기는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까여야할 건 하나만 까자.  도대체 석유와 신나가 있는 곳에 물을 갖다 퍼붓다니 제정신이냐?  석유나 신나로 불 났을 때 물을 부으면 오히려 불이 더 커지기 때문에 모래나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해야 한다는 건 초등학교 때 다 배운다.  정말로 무식했던 건지 아니면 진짜 죽어봐라고 작정한 건지 솔직히 그 진의를 모르겠다.  여름에 시위대에게 다 갖다 퍼부어서 소화기가 앵꼬났나?

덧. 이 소리 했다고 잡혀갈지 모르겠지만 바로 근처에서 수십년 간 살고 있는 토박이 주민으로서 한마디만 하자면 사고 난 건물에서 용산 소방서까지는 사지육신 멀쩡한 성인은 걸어서 10분 거리다.  뉴스를 아무리 뒤져도 소방차 사진이 없던데... 이건 무슨 조화?  방송이나 영화에서 불나는 장면 촬영할 때 공문 한 장만 보내면 안전을 위해 소방차가 옆에 와서 대기해 준다. 그런데 여기는 왜?  이제는 소방차 출동도 사람을 가리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