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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잔머리

by choco 2009. 3. 7.
점심 먹으면서 아빠가 뽀삐 오늘은 수영해야겠다는 말씀을 하신 뒤... 평소 주말이라면 볕 좋은 거실, 아빠 옆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을 개가 내 방에 들어와서 내 옆을 떠나지를 않고 있다.  잠깐 화장실 갔다가도 샤사삭 번개처럼 내 방으로 복귀. 

자기 존재가 안 보이면 아빠가 수영하자고 한 사실을 잊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너무나 빤히 보이는.  나름대로 잔머리를 쓰고 있기는 한데... ㅋㅋ 내가 어릴 때 뻔~하게 보이는 잔머리 굴리는 걸 볼 때 엄마 기분이 이랬을까?  

뽀삐야 우리 부친은 너나 나같은 메멘토가 아니란다.  저 심하게 총기가 좋으신 노인네가 귀찮아서면 몰라도 널 수영시키겠다는 계획을 잊어버리실 리는 절대 없단다.  내가 어릴 때부터 뭐든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데다 꼼꼼하기까지 한 아빠때문에 얼마나 이를 갈았는지.  -_-; 


역시 위 주제와 별 관계없는 얘기인데 그냥 글 쓰는 김에.  스트래스와 연결된 인체의 신비는 참으로 묘함.  스트래스와 직방으로 연결된 신체 부위가 개인별로 다른데 나는 확실히 장인 모양이다.  이번주 내내 꼼짝도 안하던 장이 어제 마감을 끝내자마자 갑자기 활동을 시작해서 오늘까지 열심히 밀어내기 운동 중.  ㅎㅎ   월요일도 마감이 있는데 금요일 것처럼 심하게 스트래스 받지 않는 일이란 걸 몸이 먼저 아는 모양. 

인간의 몸이란 게 과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오묘애매모호한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햇빛 비치는 거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잠시 간 보러 정찰 나간 뽀삐는 "좀 있다 수영하자"는 아빠 말에 다시 줄행랑쳐서 어두컴컴한 내 방으로 복귀. 아빠가 녹차 다 드시고 나면 잡혀 나갈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