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풍으로 특이하다고 해야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참 촌스럽다고 해야하는... 유행은 돌고 돈다는 걸 실감하면서 고른 책.
신여성이라는 과거의 여성 잡지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잡게 했고, 실상 그 잡지의 영인본을 기대했지만 나름대로 액기스만 모아놓은 정리본이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제본이나 종이질도 좀 그렇고 글의 얼개나 밀도에 실망이 살짝 몰려왔다. 가격대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어나가면서 17000원(난 할인받아서 15000원 정도에 구입)을 넘지는 못해도 그 정도 돈값은 대충 한다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이런 팀작업의, 여러명의 저자가 있는 책들은 자칫하면 중구난방에 연결성이 없는 글이 나오기 쉬운데 스터디의 결과를 종합한 거라 그런지 맥락을 따라 깔끔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그리고 여학생->모던걸-> 신여성-> 어머니-> 수퍼우먼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많이 연구한 구성과 글쓰기라는 느낌을 준다.
내용이 많으니 책을 읽으면 느꼈던 단상만 간단히 정리를 하자면...
[#M_ more.. | less.. | 1. 20세기 초중반이나 지금이나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없구나라는 것,
[#M_ more.. | less.. |이끌어줘야 하고, 보호해줘야 하고, 관심의 대상은 되지만 한명의 인간이나 동등한 동료로 인정해주기는 싫은 존재. 신여성을 바라보는 남성과 사회의 시각과 당시 여성들의 고민은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변한 게 있다면 그 목소리가 오프라인과 매체에서는 조심스러워졌고, 대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익명의 공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스럽고 천박해졌다는 정도.
잘 난 여자에 대한 남자의 공포와 나대는 여자에 대한 성비를 불문한 사회의 싸늘한 시선은 인간에게 거의 유전정보인 모양이다.
2. 여성 잡지의 내용도 역시나 두 세대 이전과 지금에 차이가 없다. ^^;;;
스캔들, 부부 성상담, 패션과 미용, 영화로 대표되는 연예계 소식 등등. 등장하는 이름과 소소한 대상이나 편집이 다를 뿐이지 지금과 다른 점을 못 느끼겠다. 잡지에 등장하는 광고들 역시나 마찬가지.
앞서의 세대와 엄청 다르고 진화하는 척 아무리 해도 기본적인 사고와 삶의 방식에 관한 한 인간의 진보라는 건 한심할 정도로 느리다.
3. 그때도 지금처럼 수퍼우먼을 요구했다.
남편을 내조하고 자식을 잘 키우는 가정일과 가정 경제를 돕는 사회 경제 활동 양쪽 모두를 완벽하게 하는 여성. 그러면서 남편의 역할은 그저 가장으로 가끔 조력이나 해주는 것만으로도 황송해야하는 분위기.
지금 여성들이 성토하는 그 생활 방식 역시 '신여성'을 읽던 여성들이 살던 시대와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물론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주 조금이지만 나아졌다고 믿지만 느끼는 불만의 강도나 사회와 가정에서의 수퍼우먼이 되라는 강요 더 거세진 느낌.
최소한 저 시대에는 완벽한 가정주부는 그 자체로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나마도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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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외로 재미있는 책읽기였다. 옛날 신여성 원본을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폐품 수집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던 선데이 서울을 청소당번인 애들끼리 몰래 보던 옛 추억도 갑자기 솔솔. ㅎㅎ; 그때 뭔 소린지도 모르면서 괜히 가슴 두근거리며 읽었는데 그 얘기나 신여성의 담론이나 뭐가 다른지,
철 지난 잡지가 갓 나온 신선한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100년쯤 뒤에 우리 뒷 세대들은 지금 여성중앙이니 등등을 보면서 지금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추론하겠지. 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