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 아침에 다시 마감이 있지만 일요일 오후가 될 때까지는 그냥 나 혼자 주말 선언이다.
읽다 덮어둔 책도 마저 읽고 찍어놓은 사진들도 좀 올리고 어쩌고 해야지~ 생각만 가득한 가운데 그나마 미뤄뒀던 두개를 처리하려고 나섰는데 산발이던 머리는 미장원에서 처리했지만 핸드폰 줄 재료 사러 용산에 있는 비즈 가게에 갔더니 가게가 사라져버렸다. ㅠ.ㅠ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는 이미 늦었는데 핸드폰 줄사러 남대문이나 동대문으로 가기는 좀 심하고... 올리려던 경매에 핸폰줄을 빼버려야 하나 어쩌나 고민 중이다.
머리가 완전 부스스에 앞머리는 손댈 수 없는 지경이라 거울 볼 때마다 짜증났는데 어쩄든 깔끔해진 머리를 보니 기분전환은 상당히 됐음. 매니큐어 해줄 때도 한참 지났는데... 이건 3월이라는 능선을 넘고서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2. 요즘 무리하지 않고 코스며 페이스를 지 마음대로 하게 해줬더니 뽀삐가 산책에 완전히 맛을 들였다. 덕분에 가능하면 하루 한번씩 나가는 게 일상사가 되면서 세상엔 머피의 법칙이 있고 우리 집에는 뽀삐의 법칙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급한 마감을 대충 막아놓고 비교적 한가했던 월요일에 '오늘은 1시간이건 2시간이건 원하는대로 걷게 해줘야지~' 하고 마음먹고 나갔더니 우리 아파트 옆 단지로 들어가서 딱 반블럭의 반경을 그리고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소요시간 15분.
그런데... 그저께. 회의하러 가기 전에 한 30분 시간이 남아서 운동을 시키기 위해 데리고 나갔더니 이놈의 개XX. 신이 나서 동네 끝으로 지치지도 않고 쫄랑쫄랑. 설마설마하고 쫓아가다가 결국은 나중에 안되겠어서 내가 억지로 방향을 달려 집으로 끌고 왔다. 30분이 40분이 되고 나니 시간은 간당간당인데 그럴 때 항상 그렇듯 버스가 죽어도 오지 않아서 결국은 택시비를 길에 깔았음. -_-;
어제도 저녁에 약속이 있어 나가기 전에 잠깐 데리고 나갔는데 마찬가지. 보통 전날 많이 걸으면 다음날은 많이 걸으려고 하지않는데 어제도 완전 신이 나 동네 끝으로 걸어가는 바람에 결국은 중간에 끌고 들어왔다. 다행히 어제는 버스가 금방 온 덕분에 그저께만큼 택시비를 깔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오늘. 들어왔더니 반갑고 서럽다고 난리를 쳐서 데리고 나갔더니 딱 10분만에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귀가. 오늘은 진짜 시간 많았는데.... 원한다면 용산까지도 걸어가줄 수 있었건만. 바쁠 때 잠깐 짬을 내거나 빈 시간을 이용해 데리고 나갈 때는 죽어라 걸으면서 얼마든지~라는 여유가 있을 때는 왜 집으로 직행인지...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_-a
3. 세옹지마니,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된다는 말을 요즘 우리 동네의 가로수들을 보면서 실감 중.
예산이 남는지 작년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이 동네 곳곳을 다 파헤치고 보도블럭을 싹 다 갈아 엎었다. 블럭 대신에 아스콘을 깐다고 했는데 겨울이라서 시멘트까지만 깔고 이제 슬슬 그 공사 준비를 하고 있던데 다 쓰지 못한 밑에 돈이 숨막혀 죽는다고 비명을 지르는지 녹지축 조성이니 어쩌니 하면서 가로수들이 멀쩡히 있던 곳들을 또 바꾸고 있다.
우리 동네에 넓은 보행로가 있는 곳은 가운데 나무들이 있고 또 찻길 가까이에도 나무가 심어진, 가로수가 2중으로 심어진 구조인데 작년까지 보행로 가운데는 블럭이나 시멘트로 덮지 않고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을 약간 울타리 느낌으로 길게 심어놓은 구조였다. 말 그대로 녹지축. 길가의 나무들은 서울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우물 형태의 좁은 공간에 심어져 있었다.
그런데... 녹지축 조성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길가는 이전 보행로 중간처럼 흙을 드러내는 모양으로 바꾸고, 가운데에 존재하던 녹지축은 큰 가로수만 남기고 작은 관목들은 뽑아내고 그 자리는 시멘트로 덮어버렸다. 보행로 중간에 이런 화단 형태로 만든 것도 내 기억에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건만. 이제는 찻길 쪽에 또 어디선가 관목들을 사와서 심어대겠지.
좋은 자리에 있다가 갑자기 신세 팍팍해진 보행로 중간의 가로수들이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뭐 한 2년만 버티면 또 음지가 양지 될테지. 인생사도 비슷하지.....
여하튼 저렇게 쓸데없이 이름만 바꿔서 예산 낭비를 해대는데 잘한다는 소리나 해달라니... 욕이 저절로 나옴.
4. 요즘 뉴스에 심심찮게 다시 등장하는 김현희라는 이름을 보면서 참으로 기분이 꿀꿀.
우리 엄마가 예뻐하던 동네 동생이었고 또 내게 영어를 가르쳐준 아줌마의 남편이 그때 돌아가셨다. 현대건설 과장이셨는데... 그때 내가 뼈 저리게 얻은 교훈이 여자는 절대적으로 똑똑해야 한다. 세상은 약하고 무식하면 그대로 밟힌다. 현0는 나쁜 놈이다. 그 세 가지였다.
그 비행기에는 중동에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오던 현대건설의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먹고 살아보려고 해외 현장에 나갔다가 이제 귀국해 알콩달콩 살아보려던 가장을 잃은 아내와 고만고만한 나의 어린 자식들이 제정신일 리는 만무. 그 주변의 가족이나 친지 역시 죽은 가장보다 더 많이 배우거나 똑똑한 사람들이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리고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이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솔직히 올바른 판단을 하기 힘들다.
이런 어리버리, 정신없는 와중에 현0에서는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액수로 보상을 후다닥 마무리 지어 버렸다. 액수 자체로는 제법 크게 느껴지지만 평군적으로 초등이나 중학교 아이 2명이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과 생활이 되기에는 불가능한.
버티면 이 돈도 못 받는다 등등의 회유와 압박에 순진한, 혹은 무식하거나 마음 약한 유족들은 도장을 찍었고 그걸로 쫑~ 그때 현0 유족 중에서 반기를 들고 조목조목 법대로 따져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은 가정이 딱 두 집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아줌마였다.
하늘이 무너지고 아득한 와중에도 아들 둘 (하나는 초딩, 하나는 유딩이었음) 데리고 먹고 살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는 독한 마인드 + 결혼 전에 외국계 기업에서 사장 비서를 했던 사회적 경험이 더해져서 아이들 두명의 대학교 졸업 때까지 교육비까지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삼성은 죽은 사람이 몇명 없기도 했지만 요구하기도 전에 이 아줌마가 현0와 실랑이를 거쳐 얻어낸 그런 보상을 유족들에게 제시를 했었다고 한다. 이 아줌마와 역시 간부였던 아저씨의 부인만 겨우 그 수준을 얻어내는데 성공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보상 과정을 함께 하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 지켜본 우리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서 삼성에 대한 이미지는 엄청 격상, 현0는 완전히 X이었다. 안티 삼성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어도 삼성에 대한 내 감정이 애가 강한 애증에서 머무르고 있는 건 어릴 때 옆에서 지켜본 그 기억 때문인 것 같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ㅈ는 커서 꼭 아빠의 복수를 하겠다고 울먹였는데... 지금 언론의 각광을 받고 있는 김현희를 걔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을까.
저 여자야 어차피 모양만 그럴싸하지 남에게 조종되는 장기판의 졸로 살아야 하는 인생이니 그렇다 치겠지만 그걸 끌어낸 인간들의 뇌구조를 좀 뜯어보고 싶다. 대한항공 폭파사고로 가족을 잃은 남은 유족들의 심정이 지금 어떨지, 세월은 살을 저며내는 것 같은 상실감과 아픔을 그저 한꺼풀 덮어줄 뿐이지 결코 치유해주지는 못한다. 그 아픔이 도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덮고 피하면서 조심조심 마음을 달래며 살아왔을 사람들의 심정은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 전혀 알바 없다는 소린가?
지난 10년간 드러난 그 많은 부분들마저도 덮고 가겠다는 그 의지가 보이는데... 나도 먹고 살아야 하는 만큼 여기서 떠들지는 못하겠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그 드러난 사실들을 열심히 홍보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인간들의 이기적인 구조상 내 일이 아니기에 듣고도 흘려버렸던 그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기억 밑바닥에서 갑자기 유영해서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는데... 아마 꽤 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지 싶다.
이런 걸 두고 긁어 부스럼이라고 하나?
5. 저렇게 속 보이는 온갖 뻘짓과 거짓말을 왜 할까? 의문을 가졌는데 예전에도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 서울 45만 간첩설을 굳게 믿었던 친구 작가 ㅅ양을 보면서 해야할 필요성을 알겠다.
ㅅ양과 함께 얽힌 멤버들과 어제 오랜만에 모여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헤어진 뒤 둘이 남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이 수다~ 저 수다~를 떨다가 이메가 얘기가 나왔다. 올해 들어서는 서울에서 활개치는 45만 간첩과 이 모든 난국이 노무현이 너무나 나라를 망쳐놨다는 얘기는 안 하는데 그래도 이메가 일당의 잘못이 절대 아니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 때문이라는 믿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_-;;;;
다 어렵기는 하지만 환율이 이렇게 X박살 나는 건 우리랑 인도밖에 없고 물가까지 이런 건 우리밖에 없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니 이제는 두 나라 다 경제가 미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서 어쩌고 하는데... 인도 경제의 대미의존도가 그렇게 높던가? 그건 확실히 모르기도 했고 또 이메가 때문에 친구랑 의 상하기는 싫어서 그쯤에서 접었음.
여하튼 이런 추종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계속적인 믿음을 주려면 70%가 비웃거나 말거나 거짓 떡밥이 계속 필요하긴 하겠지. 라는 결론을 얻었다.
신실하고 똑똑하고 개성있고 독특한, 참 좋아하는 친구인데... 이메가 관련해서는 왜 저렇게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지 이해 불가능이다. 하긴 그 친구도 나에 대해 비슷한 형용사를 앞에 붙이고 왜 이메가를 저렇게 싫어하나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수도...
아니지. 이 친구라면 내가 미혹(?)에서 벗어나 바른 길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을 거다. ^^ 믿음이 강한 친구니까 하느님께서도 잘 챙겨서 들어주실 수도... 근데 그 바른 길이 과연 어디일까?
6. 아빠 다리 위에서 계속 뒹굴다가 다리 아프다고 쫓겨난 뽀삐가 부루퉁한 얼굴로 내 방에 등장. ㅎㅎ 내 다리 위에 자리를 잡았다. 자세를 보아하니 금방 내려갈 것 같지 않군. 그래도 컨디션이 좋아보이니 마음이 놓인다. 얘는 정말 인간과 부비부비를 하기 위해 탄생한 존재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