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이유야 어쨌든 간에 한밤에 약속도 없이 죽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게 무례라는 건 인정해야 할 듯. 물론 그들 나름의 중요한 대의명분이 있었다는 건 인정하고, 정명훈이라는 거물의 지지를 얻고 싶은 절박함도 이해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에서, 특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에서는 기분 나쁜 취급을 받아도 그건 이쪽으 잘못이려니~ 접고 가야한다.
2. 글이 동조자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많다. 일단 선동의 스킬부터 문제가 있다고 할까? 내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당연히 열 받아겠지. 하지만 저 글을 썼다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한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을 거다. 그리고 '무례인 건 알지만 너무나 급박하여 어쩌고~' 하면서 일단 읽는 사람들의 동정을 최대한 불러 일으키는 쪽으로 초반에 바람을 잡았을 텐데... 선동은 중간자와 방조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인데, 사람들은 조용한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기본. 그걸 잊었다.
설득해야할 메인 타겟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도 방법과 논조가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데홍보물로 치자면 내부 직원 교육용을 외부에 실수로 잘못 뿌린 격. -_-;
중용을 절대 선으로 교육받아서 극단을 두려워하는 대다수 한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실재는 어느 한 끝에 가있더라도 포장은 중간에서 살짝 치우친 정도로 보여야 하는데... 극우보수들(수구꼴통과는 구별해주세요~^^)은 이미 체화하고 있는 그 기술을 진보쪽에서는 아직 기본도 못 갖춘 것 같다. 암담......
3. 세번째이자, 내가 볼 때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공략하려는 상대에 대한 정보 부족. 정명훈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아주 조금이라도 알고 갔어야지. 동행자도 음악하는 사람이던데 그 바닥에서 발 뺀지 이미 10년이 넘은 나도 주워듣고 알고 있는 그의 성향을 몰랐다는 건가? 상당히 고립적인 성악과의 특성상 기악과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몰랐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이슈를 갖고 자그마치 '서명'해 달라고 정명훈을 찾아갔다니. 음악계 내부 정보는 몰랐다고 쳐도, 정명훈씨가 철저한 이메가 라인이라는 게 그동안의 행적으로 전혀 파악이 안 되나?
4. 정명훈씨의 반응에 대해서는 솔직히 조금은 뜨악~ 이 사람의 배경이며 정치적인 스텐스를 볼 때 속으로 가질 대답이야 알고 있지만 이렇게 행동적인 사람으로 변했다니 놀라움. 정명훈 와이프가 서명해달라고 간 두 여자를 붙잡고 이런 소리를 했다면 본래 캐릭터려니~ 하겠지만 (각종 일화를 온라인에 옮기기는 힘들지만 정명훈씨 와이프님은 남의 이목을 중시하지 않는 상당히 기가 센 스타일 ^^) 그동안 음악계 안에서 정명훈의 캐릭터는 좀 조심스럽고 조용한 쪽이었는데... 설정이었나?
그냥 열정에 넘치는, 아직은 세상경험 모자란 젊은 애들이려니~ 하고 그냥 서명지나 받아주고 뭔지 살펴보겠다, 정도로 끝내고 가도 될 것을... 그랬다면 저 둘은 하늘같은 마에스트로 정명훈에게 자기들의 뜻을 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해하고 감동하면서 집으로 행복하게 돌아갔을 텐데.
정명훈씨가 했다는 어록의 반만 사실이라고 쳐도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 조심스럽고 조용한 캐릭터는 상대의 강약에 따라 구현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드니 씁쓸하군.
5. 서울 시향이 재단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서울 시민의 세금을 말 그대로 쏟아부은 이 시장의 무식한 행각이 있었는데... 그것까지 쓰자니 너무 길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때 서울 시향 사건을 보면서 이명박이라는 사람은 자기가 한국 사람이면서 한국 사람은 다 도둑X에 사기꾼이고 절대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 현 정권의 부시나 외국 전문가에 대한 현 정부의 맹신은 그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불신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 요는 불치라는 것.
6. PD 수첩 사태에 대해서도 끄적일까 했는데... 부질없다. 여하튼 지금 들이대는 잣대를 갖고 왜곡이니 허위니 하면서 각 방송사 정보성이나 시사 프로그램하는 제작진들 들쑤시면 은팔찌 안 찰 사람 단 한 명도 없을 걸~ 그 잣대로 일단 조중동문부터 한 번 때려 잡아보시지~ 이 경우라면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를 포함해도 군소리 안 하겠다. 균형과 중화, 다양성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거지, 솔직히 오른쪽에 시퍼런 조중동문이라면 왼쪽에는 한겨레와 오마이라는 건 인정을 해야지.
7. 경향이 요즘 너무 어렵다는데 위클리 경향이나 레이디 경향 정기 구독을 주변에 널리 좀 권해주심이... 잡지를 많이 봐야 경영에 도움이 된다네요. 지킬 가치가 있는 건 지켜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