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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공짜 피자

by choco 2009. 6. 29.
파파존스에서 온 공짜~  사연이 살짝 있는 피자이다.

올 초에 파파존스에서 마가리타 피자를 한판 시켰다가 엄청 열받아서 컴플레인을 한 적이 있다.

그날 피자는 명색이 치즈 피자이면서 치즈는 빵 위에 살짝 발라진 수준에 식은 걸 다시 덥힌 것처럼 뻣뻣하니 인간이 먹을 게 아니었다.  나란 인간은 엄청 귀차니즘의 신봉자라서 어지간한 건 사람이 하는 일에 그럴수도 있지~라는 모드인데 이날은 완전 폭발해서 귀찮게 가입까지 하고 -어진간했으면 보통 이 단계에서 포기하는데- 항의를 했더니 다음날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 피자 한판을 공짜로 보내주겠다는 아마도 파파존스 본사의 메뉴얼이었을 사과.  이미 열받은 것도 상당히 가라앉았고 조근조근한 사과에 피자를 주겠다는 것까지 더해져서 나중에 먹을 테니 기록만 해달라고 하고 끊었다.

화난 건 사라졌지만 맛없는 피자의 충격이 너무 커서 한동안 파파존스를 멀리하다가 어제 갑자기 감자피자가 먹고 싶어서 주문 전화를 한 김에 혹시나 하고 물어봤더니 공짜로 한판 더 준다고 한다. 난 마가리티 피자 작은 거 컴플레인에 대한 보상이니까 당연히 같은 걸로만 되는 줄 알았는데 주문 전화 받는 아해의 분위기를 보니 어떤 피자든지, 어떤 사이즈든지 다 되는 모양. 뒤늦게 상황 파악하고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먹지도 않을 큰 피자 시켜봤자 음식물 쓰레기만 생기는 거라서 작은 걸로 불러서 어제 저녁으로 먹고 남은 건 방금 점심으로 쓱싹~ 

공짜라고 우리가 희희낙락하니까 부친은 이런 걸 알고 항의하는 사람은 보상을 받지만 가만히 있는 사람은 그 불량한 피자를 제 돈 내고 먹는 거 아니냐면서 흥분.  맞는 말씀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불평 많고 시끄러운 인간이 이익을 볼 수밖에 없구나.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게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누가 봐도 막무가네에 무개념 소비자가 되서는 안 되겠지만 사소한 불만 사항이나 문제점을 귀찮다고 덮고 가지 않은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겠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둘 다 똑같은 진상일 수도 있겠지만.  ㅎㅎ;

근데 인간의 입이란 게 참으로 요물인지.  파파존스 피자를 처음 먹었을 때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맛있는 피자가 있을 수 있냐!  완전 감동의 물결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피자다.  -_-;  파파존스 생기고 나서 인연을 끊었던 미스트 피자도 갑자기 땡기네.  다음엔 미스터 피자 포테이토를 먹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