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고 싶은 홍차는 많지만 대부분 핫티에 어울리는 아이템이라 지금 뜯었다가는 여름에 내내 묵히면서 좋은 향만 달아날 것 같아서 이를 악물고 참는 중. 올 여름에는 아이스밀크티를 좀 시도해 봐야겠다는 핑계로 반쯤 덜어놓은 헤로즈 아삼을 다 마시면 그때는 밀크티로 맛있는 조합의 페닌술라 블렌드나 다른 홍차를 하나 뜯어봐야겠다.
각설하고, 마신지 좀 된 아크바의 패션프루츠 삼각 피라미드 티백.
맛이나 보라고 동생이 두개 던져주고 홀랑 중국으로 갖고 가서 사진은 없다. ^^;
패션프루츠라는 아직 먹어본 적은 없는 달콤한 과일향이 물씬 풍겨나는 차인데 이름이나 향기 그대로의 맛. 달달한 느낌에 부드럽고 향기롭다. 맛은 솔직히 평범하지만 향기가 워낙 좋아서 살짝 빈약한 느낌이 별반 거슬리지 않는다.
향기로 마시는 홍차라고 평하고 싶음. 어차피 싸게 사왔으니 만족이고, 동생은 향기가 아주 좋다고 칭찬을 많이 했다.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홍차 초보자에게 선물용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근데 문제라면 삼각 피라미드 티백이 한뭉텅이로 밀봉이 되어 있어서 일단 개봉을 하면 다른 밀폐용기에 보관하고 빨리 마셔줘야 한다. 개별 포장을 하면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고 가격을 더 받아도 될 텐데... 그런 포장 스킬에서는 아직 아크바가 많이 딸리는 것 같다. 하긴 그 덕분에 싸게 마시니 고맙다고 해야겠다.
다음 홍차는 역시 아크바의 다즐링.
차문화대전 때 아크바에서 홍차를 많이 샀더니 준 샘플티이다.
점심으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데 티포트 꺼내고 어쩌고 하기 귀찮아서 그냥 티백을 우리려고 꺼내봤다.
아크바의 다즐링은... 내 인생에서 이렇게 연한 다즐링은 처음이다로 요약.
좋게 말하면 부드러운 걸 거고, 적나라하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좀 밍밍하고 임팩트가 없다.
다즐링 특유의 풋풋함이나 볼륨감은 거의 없고 그냥 별 특징없는 찻잎이 우러난 물.
이 라인이 종이 포장된 다른 염가 라인과 달리 가격도 조금은 더 받는 걸로 아는데 왜 염가 라인들보다 더 별로인지 모르겠다.
사진 속 밀크 저그는 무시 바람. ^^;
본래 애프터눈이나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우리려다가 갑자기 급선회를 한 거라서 저런 삑사리가 났다.
곁들인 것은 브리 치즈, 살라미, 상추가 들어간 샌드위치.
제대로 하자면 바게뜨 빵으로 해야겠지만 그냥 있는 걸로 대충대충,
저 조합은 참 별것도 아닌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파리에서 먹은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그 맛을 못 잊고 봄부터 가을까지 심심하면 만들어 먹고 있음.
보니까 또 먹고 싶네.
내일 점심 때 먹어야겠다.....라고 쓰려다보니 감자 샐러드 만들려고 감자랑 달걀을 삶아 둔 게 있다.
양파랑 당근 다져서 내일은 걔나 먹어줘야겠음.
내일도 비온다고 하니까 따뜻한 홍차가 가능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