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맨션 상가에 어린 왕자인가 애들 옷집이랑 참 오래도 버틴다고 생각했던 (^^;) 치킨 프랜차이즈가 있던 자리에 새로 생긴 중화풍 일본식 음식점 주점.
저녁에 가서 안주 메뉴를 검사해주고 싶었지만 요즘은 술 마시면 그대로 죽어버릴 컨디션이라서 휴가 낸 ㅌ님과 함께 평일 점심 때 가봤는데, 나처럼 검사하고 싶은 분들이 많았는지 꽤 넓은 공간인데도 꽉 차서 바글바글. 어지간히 맛이 없지 않은 한 보통 처음 생기면 호기심에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한두달 정도는 복작복작해서 일단은 기대를 크게 갖지 않고 메뉴를 봤다.
식사는 라멘과 야끼우동 등 일본식 면종류와 볶음밥류 등, 특이한 건 이 식당 스타일의 자장면이 있다는 것. 메뉴를 살펴보니까 미타니야보다는 아지겐에 가까운,중화풍 일식. 오픈 키친이라 주방 내부가 환히 들여다보이는 게 마음에 들었음. 오픈해 놓으면 아무래도 조금은 더 위생에 신경을 쓰지 싶어서.
인상적이었던 건 중국집처럼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가스렌지. ㅌ님은 야끼우동을 시켰는데 (두종류가 있습니다. 몽롱한 상태였던 터라 정확한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ㅌ님, 기억하심 덧글 좀. ^^;) 제대로 불맛이 나면서도 야채는 아삭아삭 촉촉한 것이 아주 굿~ 보통 일본식당에서 야끼우동이나 야끼소바 시키면 가쓰오부시를 산더미처럼 올려주는데 그런 것 없이 깔끔하게 나오고 연겨자를 곁들여 준다. 그걸 섞어서 먹으면 더 매콤하고 맛있음. ^ㅠ^
난 아지겐 메뉴에서 사라진 이후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네기 라멘을 발견하고 빛의 속도로 주문~ 네기 라멘이 있고 네기 쨔슈 라멘이 또 다른 메뉴로 있길래 네기 라멘을 시키면 쨔슈는 안 나오겠군 했는데 큼직한 돼지고기를 2덩어리나 얹어주는 걸 보고 살짝 감동. 국물의 상태나 간이 왔다갔다 하는 집들이 많아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라멘 국물이 짜지 않았다. 집에서 직접 끓여먹는 경우를 제외하고 짜지 않은 라멘 국물을 먹은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ㅁ; 후추맛이 살짝 강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도 상승.
단품 하나씩만 시키기는 아쉬워서 야끼교자를 시켰는데 이것도 속의 상태며 구움의 정도가 아주 딱 적절합니다. 1개에 천원이고 5개 이상 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살짝 있긴 하지만 가서 얘만 한 접시 먹고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1개 2500원짜리 뭔가 또 특이해보이는 만두가 메뉴판에 있었지만 그건 다음을 기약하고 포기. 갯수를 5개 이상이라고 고정시키지 않았으면 골고루 시켜봤을 텐데 이건 이 가게의 작전 미스가 아닐까란 생각도 살짝 들더군요.
먹어본 메뉴들만 갖고 얘기하자면 일단 맛은 중간 이상, 양도 푸짐한 편이고 가격대도 만원 이하로 그럭저럭 납득할 수준은 되고 런치 메뉴라고 해서 싸게 내놓은 것들도 있는데 둘 다 밥보다는 면에 꽂힌 상태라 그쪽은 가볍게 패스~
여기까지는 긍정적인 내용들이었고 이제부터는 살짝 까칠하게 굴어보자면...
면집으로는 특이하게 반찬으로 짜샤이가 나온다. 그런데 중국집스런 사이드 디쉬를 내놓을 거면 중국집 단무지 그릇 사이즈 정도로는 내놓거나, 아님 일본식으로 한 사람에 하나씩 내놓거나 컨셉을 통일할 일이지 스시집에 나오는 간장 종지만한 그릇에 한 테이블에 하나. 몇번 집어 먹으면 끝~ 더 갖다 달라고 해도 갖다주기는 하지만 갖다 주는 사람도 귀찮고 리필이 2번 이상이 되면 부탁하는 사람도 민망한데 동네 장사에서 이런 건 조금 더 후해도 되지 않을까 싶음.
그리고 중국집처럼 동그랗고 예쁜 포트에 자스민티를 담아서 주는데 문제는 이 자스민티의 찻잎을 도대체 몇번을 우려냈는지 심각하게 묻고 싶을 정도였다는... 찻잎이 헤엄치고 지나간 정도가 아니라 샤워한 물이더군요. -_-; 차맛을 보니 비싼 찻잎도 아니더만 주문 받으면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바로 부어서 내가서 그 테이블에는 포트를 계속 사용하도록 하면 마실수록 묽어져도 이해가 될 텐데. 차라리 맹물을 마시지 자스민이 샤워한 물은 영. 보리차처럼 왕창 우려놓고 똑같은 농도의 차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김밥천국도 아니고 그래도 이 정도 가격대의 식당이라면 그 정도 신경은 쓰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했음. 이 불평불만은 나나 ㅌ님이나 둘 다 차맛에 좀 민감한 편이기 때문에 더 투덜이가 심한 것일 수도 있음. ^^
그래도 위에 두 가지 불평을 제외하고는 크게 흠잡을 데 없고, 종업원들도 나름대로 친절하고 음식맛도 괜찮아서 다른 메뉴도 조만간 먹어볼 계획. 오픈 주방을 둘러싸고 카운터 자리도 있으니까 거기에 앉아서 조리하는 거 구경하면서 술 한잔 해도 괜찮을듯. 컨디션이 회복되면 맥주 마시러 한번 가봐야겠다. 사케도 많지만 그건 내 취향이 아니니 리뷰 올라올 일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