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 미국의 어느 심리학자가 '캐네디가 암살되던 날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기억들을 채집하면서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부정확하고 변질, 왜곡되기 쉬운지에 대해 결론을 내린 연구가 있었다.
그 비슷하게 한국에서도 김일성이 죽던 날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는 질문이 나온 적이 있었고 -이게 제대로 연구가 된 건지는 모르겠다- 그 이후 뭔가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날 그날 자신의 행적에 대해 추적해보는 게 잠시 잠깐 유행처럼 지나간 적이 있었다.
캐네디 암살 때는 당연히 기억 못하고 국내 역사의 많은 순간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지만 세 개 정도는 내가 변질시키거나 왜곡시키지 않은 명확한 기억을 갖고 있다.
딱 15년 전인 저 1995년 6월 19일에 일어났던 저 삼풍 백화점 붕괴 때는 난 막 이 업계에 첫발을 내딛고 열심히 회의를 하고 있었다. 비도 많이 왔던 그날, 회의실에서 다른 작가들과 메인 언니와 함께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었기 때문에 역시나 바깥 세상에서 뭔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 그 소식을 알고 엄청 놀랐었던 기억이 난다. 이건 내 주변인들의, 일종의 기억의 왜곡 -어떤 역사적인 사건에 자신이 조금이나 관계되었다는- 인지 모르겠지만 이 당일날 여기에 갔었다는 사람, 갈 뻔 했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붕괴 사건 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건 나중에 알게 된 작가 하나의 구사일생 스토리. 순간적으로 뭔가 느낌이 이상해 쫓겨나오듯이 달려나왔는데 데 나오자마자 건물이 무너졌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