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길 (지은이) | 신광출판사 | 2010.7.2-11
향수나 조향에 대한 관심이 많을 때 사놓은 책인데 이제야 겨우 읽었다.
인터넷 서점의 다른 리뷰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온 평가에 나도 동감. 흩어지거나 단편적인 내용을 시대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잘 묶어서 향료 문화의 발달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동양의 향료 문화와 그 역할에 대해서도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설명해줬다는 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서구에서 나온 책들은 이집트, 그리스, 로마로 계보를 이으면서 동양권은 인도나 아랍에 대한 단편적인 소개 외에는 주로 향료의 공급지로 취급하는 -대놓고 그렇지는 않지만 뉘앙스나 연구 측면에서- 경우가 많아 은근히 빈정 상하고 또 갈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은 저자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한국의 향료 문화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해줘서 새로운 정보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만날 수 있는 정보의 한계 때문인지 유럽의 중세를 다루는 3장부터 현대까지는 철저하게 서구 중심이다. 현대로 들어와서는 향료와 향수 산업 자체가 바로 서구가 지배하는 패션 산업과 곧바로 연결된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동양권의 히트작이나 산업화 노력에 대해서도, 또 한국 관련 정보도 좀 조사를 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한국 관련 부분은 나중에 책 뒷말미에 저자의 약력을 보고 그 한계를 이해해주기로 했음. 한국에서 그나마 고가의 향수를 내놓고 연구하는 곳은 한국화장품이나 태평양 쪽인데 LG에 근무하고 계시면서 타사 홍보를 해줄 수는 없었겠지. 이 연구는 은퇴 후에나 가능할 듯.)
근현대 부분은 여러 해외 자료를 발췌해 묶어낸 편역의 느낌이 강하다. 내가 이런 원서들을 줄줄이 읽어낼 실력이나 시간, 또 그저 흥미를 가진 관심 분야에 대한 고가의 자료를 구입할 돈이 있는 것은 아니니 여기에 불평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문장을 좀 더 다듬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초벌 번역을 읽을 때 같이 분명 한국말임에도 엄청 꼬여서 헷갈리거나, 앞뒤 문맥을 파악하면서 내용을 짐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매 페이지 양쪽에 향료의 재료가 되는 허브나 동물들, 또 향료와 관련된 정보들을 짤막짤막하게 정리해놓은 건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쪽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음. 다만 (물론 똑같은 내용이 그대로 복사되어 펼쳐진 건 아니지만) 앞서 설명을 해줬던 식물이나 재료가 뒤쪽에 다시 또 나온 건 좀 의아했다. 그렇게 중복시키지 않고도 소개해줄 것들이 모자라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막판에 투덜거림이 좀 많기는 했지만 향료와 향수의 발달사에 대해, 또 세계적인 조향사들이나 향수 관련 정보를 죽 꿰는 데 좋은 출발이 되는 책이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