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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뇌의 신비

by choco 2010. 7. 16.
어제 우리가 무지 좋아하는 옷가게에서 세일을 하길래 조카 생일 때 주려고 엄청 샤랄라~한 원피스와 세트인 모피 망또 (가짜 모피임. ^^;)를 샀다.  옷은 살구색에 시폰에 반짝이 크리스탈과 큐빅이 전체에 주르륵 박힌 엄청 샤랄라. 

동생이랑 이런 옷은 파뤼나 발표회 류의 일종의 이벤트 복이라는 얘기를 하다 보니까 내가 유치원 때 피아노 학원에서 했던 발표회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때 내가 뭘 입었더라를 생각해보니... 다른 애들은 샤랄라~한 드레스를 입었는데 우리 모친은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무난한 블라우스와 남색 멜빵 주름치마를 사줘서 엄청 불만이었던 기억이 났다. 

전혀 잘 치지도 못하는 애들 뚜당당 거리는 거 앉아서 들어줘야 했던 부모님들이 참 안 됐다는 소리를 하다 보니까 이번엔 내가 뭘 쳤었는지 그것도 떠오른다.  세광 출판사 소곡집 13번(인지는 정확하지 않음.) 봄의 노래.  솔솔솔레 미도도~ 하는 그 곡조도 다 떠오르는 게... 지금 내게 오선지를 준다면 악보도 양 손 다 정확하게 적을 수 있다. 

그 발표회는 내 인생에서 별반 중요한 사건도 아니고 별다른 일도 없었는데 뇌 저 깊은 곳에 완전히 묻혀 있었던 일이 어떻게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날 수 있는지.  인간의 뇌라는 건 정말 심오하군.

그나저나 나 정말 별 걸 다 기억한다.   공부나 삶에 도움이 되는 걸 이렇게 잘 기억하면 좋으련만 늘 이렇게 영양가 없는 것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