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튜 프레더릭 | 동녘 | 2010.8.4
이런 류를 좋아하는 동생의 컬렉션으로 난 우리 집에 이런 책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는데 갖고 나가기 좋은 적당한 크기의 책을 찾다가 발견하고 간택.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던 회의 호출을 받아 가던 날 전철에서 읽은 책인데... 회의는 무의미했지만 그래도 한권이라도 독서를 마쳤다는데 의미를 억지로 부여하면서... 원제는 101 Things I Learned in Architecture School로 2007년에 나온, 비교적 신간인 책이다.
건축=예술로 포함을 시켜서 본다면 이 저자인 매튜 프레데릭 역시 예술가적인 센스와 감성이 꽤나 있는 스타일인 것 같다. 건축이라는 제목과 달리 책이 굉장히 스타일리쉬하고, -본래 책이 이랬는지 아니면 국내 번역본의 디자인 컨셉인지 모르겠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주로 갖고 다니는 작은 메모용 스케치북 사이즈와 모양을 갖고 있어서 정말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단상들을 적어놓은 그런 메모공책 같은 그런 느낌을 준다.
내용도 책을 펼치면 그림이랄지... 아니면 건축 스케치랄지... 문외한으로서는 좀 모호한 디자인 컨셉 하나가 하나가 있고 옆 페이지에는 짧은 설명이 있다. 이 설명은 옆에 있는 그림에 대한 풀이일 경우도 있고 큰 연관성이 없는 다른 경구인 경우도 있고 다양하다.
내용 자체가 가볍기는 해도 초보자에게 적합한 팁이라기 보다는 건축가 내지 그 지망생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내 집을 건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실질적인 정보와 상관없이 볼 때는 그냥 광범위한 인간사나 세상사에 대한 어떤 공통점을 찾아내는 그런 예상 못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실질적인 면에서 전혀~ 쓸모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음. 건축주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아주 유용하고 훌륭한 기본적인 개념 정립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은 제법 있어서 표시를 해놨다.
그건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찾아서 보면 될 거고, 그냥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할 것 같은 내용들을 몇개 기록을 해두자면, 단순성 -> 복합성 -> 학습된 단순성이라는 앎의 세단계. 자연과 사회의 복잡한 구조를 알고 있으나 명확한 패턴이나 연결점을 찾아내지 못하는 복함성의 단계에 머물고 있는 나를 복잡한 상태 속에서 명확한 패턴을 발견하고 창조하는 능력, 패턴 인식의 그 학습된 단숭성의 단계로 열심히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음.
내 집을 위해서는 '더 큰 맥락을 고려해 설계하라. 의자는 방에 있고, 방은 집에 있으며, 집은 마을에 있고, 마을은 도시계획 안에 있다.' 를 택하겠다. 그런데 써놓고 보니 이건 기껏해서 30-40평대의 전원 주택을 꿈꾸는 내가 아니라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기만 하면 디자인이고 발전인줄 아는 이메가 오메가 일당이 더 참고로 해야할 소리 같은데... 가망이 없음. -_-;
그리고 가장 와닿은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할머니가 이해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여러분은 그 주제를 잘 모르는 것이다' 이건 정말 우리 업계를 포함해 특히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각골명심해야할 교훈일 것 같다.
엄청나게 두꺼운 책인데도 남는 게 거의 없는 게 있는 반면 이렇게 100쪽을 겨우 넘기는 작은 책인데도 많은 걸 남기는 책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저자의 내공이란 건 존재하는 모양이다. 글쓰는 스타일이나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저자 부분을 찾아봤더니 파트너 어쩌고 하시는 헌사가 나온다. 이분도 95% 이상 게이인듯. 예술성과 호모 섹슈얼리티의 연관성은 인정을 해줘야할 것 같음. ㅠ.ㅠ